[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다관왕’ 윤이나(21)가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윤이나는 26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루마미엘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꿈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철저히 준비해 신인왕을 목표로 삼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QS)에서 공동 8위를 차지해 내년시즌 풀 시드를 획득한지 보름여 만에 공식 석상에 선 셈이다.

그는 “QS를 치르면서 숏게임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한국과 다른 잔디에서 핀에 가까이 붙이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부족하다”며 “이 부분을 발전시켜 미국에서도 잘 적응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이나의 미국 진출은 2~3개월 전부터 논란이 됐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일명 ‘오구플레이’로 대한골프협회(KGA)와 KLPGA로부터 3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팬 청원 등으로 1년6개월로 감경됐다. 일종의 사면을 받은 셈인데, 올해가 복귀 첫 시즌이다.

복귀시즌 활약은 빼어났다. 시즌 25개 대회에 출전해 한 차례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준우승 두 번과 3위 세 번 등 14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만 12억 1141만5715원을 벌어들여 상금왕에 올랐고, 위메이드 대상에서도 535포인트로 1위를 차지했다. 평균타수 1위(70.05) 장타 2위(254.98야드) 등으로 힘과 정확성을 모두 갖춘 ‘스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팬 성원에 더해 하이트진로, 크라우닝 등 후원사와 매니지먼트사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덕에 징계감면을 끌어내, 적어도 내년까지는 KLPGA투어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윤이나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매니지먼트사를 세마스포츠마케팅으로 교체하고, 곧 하이트진로와도 작별을 공식화한다. 의류와 용품 후원사도 모두 교체하는 등 이름빼고 모든 것을 바꾸고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프로 선수로서 마땅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여서 절차상 문제될 건 없다. 프로 선수로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지만, 다시 필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 후원사와 매니지먼트사의 헌신 또한 순수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다.

스타성이 있으니 기다려준 것이고, 비용을 투자했으니 하루빨리 복귀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해석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국내 정서를 고려하면, 필요충분조건 속 ‘아낌없는 지원을 누리기만 한 선수’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선수가 됐다는 의미다.

이날 기자회견에 새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 이성환 대표가 동석해 일부 질문에 답변을 대신한 것도 이런 논란을 피해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였다. 이 대표는 “환율 상승으로 윤이나 선수가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강변했다.

살인적인 물가 등을 고려하면, 한푼이라도 더 주는 곳과 후원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세계적인 불황이지만 카지노 산업은 버틸만한 수준이다.

윤이나는 “팬과 떨어진다는 게 부담은 됐다”면서도 “LPGA투어에서 잘하고 성장하는 게 팬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골프로 보답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그러면서 “열심히 해서 세계랭킹 1위도 하고, 올림픽 금메달도 욕심내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는 실력으로 가능하지만, 오구플레이를 했던 선수가 대놓고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하는 건, 너무 앞서간 얘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윤이나는 새출발을 공식화했다. KLPGA나 KGA 모두 윤이나의 조기 미국 진출 조력자가 된 셈이다. 밝게 웃으며 거창하게 기자회견까지 열 일이었나 싶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