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웅희 기자] 국내 경마계에서 ‘현대판 백락’이라 불리는 김영관 조교사가 한국경마 역대 최다승인 1500승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34승을 올리며 서울·부경 통합 최다승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관 조교사는 현재 1500승까지 3승을 남겨뒀다. 김영관 조교사가 1500승을 달성할 경우 한국경마 더러브렛 조교사로는 최초의 기념비적인 승수를 기록하게 된다.
전남 무안 태생인 김영관 조교사는 1976년부터 기수 생활을 하다가 체중 조절 실패로 마필관리사로 전향했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했고,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2004년 꿈에 그리던 조교사로 데뷔했다.
경마에서 조교사는 마주와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경주마의 훈련과 관리, 출전경주 설계와 전략까지 총괄하는 일반 스포츠 종목의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성장 가능성 높은 경주마를 발굴하는 것도 조교사의 일이다. 조교사에게도 명마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마계에는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마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에 말이 70%를 차지하고 기수가 30%를 차지한다는 뜻으로 기수의 실력보다는 말이 가진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남다른 안목으로 명마를 발굴해왔다. 경주마를 고르는 재주가 워낙 좋아 중국 춘추시대에 말의 생김새를 보고 그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상마(相馬)’의 명인인 백락의 이름을 따 ‘현대판 백락’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김영관 조교사는 2004년 11월 28일 부경 1경주 경주마 ‘루나’로 조교사 인생 첫 경주를 시작했다. 그에게 첫 대상경주 우승을 안겨주기도 한 ‘루나’는 김 조교사가 처음으로 발굴한 원석이었다. 김 조교사의 극진한 보살핌과 특성화된 훈련으로 ‘루나’는 무려 몸값의 78배를 벌어들이며 김영관 조교사에 보답했다.
국내 최다 연승마로 기록된 17연승의 ‘미스터파크’ 역시 경주마 데뷔 이전 몇 번의 구매취소를 겪으며 외면 받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미스터파크’의 강한 승부욕을 알아본 김영관 조교사의 추천으로 곽종수 마주는 구매를 결정했고, ‘미스터파크’는 김영관 조교사의 관리 아래 명마로 거듭났다.
17년 연속(2006~2022년) 최다승 달성, 최우수 조교사 12회 수상, 최단기 1000승 달성 등 김영관 조교사는 최초, 최고, 최다의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스스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21년간 조교사로 활동하며 그가 획득한 순위상금만 871억원에 달한다. 1년에 1번 우승하기도 어렵다는 대상경주(일반경주 보다 높은 수준의 경주)를 김 조교사는 무려 68회 우승하며,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대상경주를 휩쓸었다.
대상경주 우승 기록도 대단하지만 그가 우승한 대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활약상은 더욱 돋보인다. 대상경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경주로 인정받는 5개의 G1 경주 중 4개(코리안더비, 코리아스프린트, 대통령배, 그랑프리) 경주에서 무려 17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에는 한 해 동안 9차례 우승을 거뒀다.
더 놀라운 점은 각 경주에서 우승한 경주마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2015년에는 ‘장풍파랑’, ‘감동의바다’, ‘록밴드’, ‘트리플나인’, ‘오뚝오뚝이’, ‘퀸즈블레이드’, ‘파워블레이드’까지 7마리의 각기 다른 경주마가 우승으로 이름을 떨쳤다. 남들은 1년에 한 마리도 갖기 어려운 우승마를 김영관 조교사는 7마리나 키워냈다.
김영관 조교사가 1500승을 달성하게 되면 한국 경마 역사에서 오랜기간 깨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대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iaspire@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