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 기자] “내 방식대로 보여주마!”
삼성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28)가 팀을 연패에서 건져냈다. 결정적인 대포 한 방으로 웃었다. ‘과정’이 극적이다. 칼을 갈았다. 제대로 휘둘렀다.
디아즈는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KT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썩 좋은 수치는 아니다. 대신 1안타가 ‘천금’ 그 자체다. 9회초 3점포를 때렸다. 2사 1,2루에서 KT 필승조 손동현의 커브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5-5에서 8-5가 됐다. 삼성이 최종 8-6으로 이겼다. 3연패 탈출이다.
9회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1사 후 김지찬이 볼넷으로 나갔다. 대타 강민호가 유격수 땅볼을 쳤다. 병살이 될 수 있는 타구. 김지찬이 스타트를 일찍 끊었고, 2루에서 살았다. 타자 주자만 아웃 됐다. 2사 2루다.
다음 타자는 구자욱. KT 벤치는 자동고의4구를 택했다. 이날 구자욱이 솔로포 포함 2안타 2타점으로 좋았다. 9월 들어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디아즈도 강타자라는 점이다.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한 방’이 있다. 조심해야 하는 타자. 그리고 이 선택이 통하지 않았다.
디아즈는 초구 볼을 봤다. 2구째 속구에 헛스윙. 3구째 커브가 왔고,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훨훨 날아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짜리 홈런이다.
경기 후 디아즈는 “솔직히 구자욱을 거를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웃은 후 “구자욱이 너무 잘 치는, 좋은 선수라는 점은 안다. 그러나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고 짚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서면서 ‘그래? 너희가 이런 선택을 했으니 나는 내 방식대로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컸다.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고 스윙하려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은 타이밍이 썩 좋지는 않았다. 타이밍만 신경 썼다. 상대 투수가 어떻게 던질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스윙을 하려 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삼성 최고의 타자 구자욱을 피했다. 할 수 있는 선택이기는 하다. 뒤를 막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날 KT가 그랬다. 디아즈의 배트가 춤을 췄다. ‘구거디(구자욱 거르고 디아즈)’의 끝은 응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