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4세대 아이돌’만큼이나 ‘40대 아이돌’이 연말 가요 무대에서 높은 화제성을 모으고 있다. 올해 유독 1~2세대 아이돌 그룹들의 재결합과 이들의 과거 영상들이 재소환되고 인기를 끌면서 연말 무대까지 점령했다.

지난 20일 열린 ‘2024 KBS 가요대축제’는 마치 90년대 음악방송을 방불케 했다. 무려 14년 만에 완전체로 무대에 선 베이비복스가 단연 화제였다.

히트곡 ‘겟 업’, ‘우연’ 무대부터 키스오브라이프와 ‘킬러’ 컬래버레이션 무대까지. 전원 40대라고 믿기지 않은 멤버들의 비주얼과 여전히 쩌렁쩌렁한 라이브 실력으로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SNS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유튜브에서는 ‘인급동’(인기 급 상승 동영상) 1위까지 찍었다.

이날 연말 무대에서는 베이비복스 외에도 S.E.S 바다부터 클론 구준엽, 지누션 등 1990년대 가요계를 휩쓴 가수들이 다수 등장해 녹슬지 않은 실력과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지난 25일 열린 ‘2024 SBS 가요대전’에서는 투애니원이 10년 만에 무대에 섰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7년여 만에 컴백한 지드래곤 역시 ‘가요대전’ 무대를 장식했다. 최근 ‘2024년 마마 어워즈’에서는 빅뱅 완전체 무대가 성사돼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팝의 부흥기로 한해에 수십팀이 데뷔하고 있는 가운데 되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무대에서 과거 아이돌들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K팝 산업의 발전과 상반되는 아이돌 그룹의 반복되는 가창력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와 달리 높은 수준의 가창력을 필수로 여기는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녹음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비주얼과 댄스 실력, 유행에 치중하고 있는 ‘요즘 K팝’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AR(녹음 음원)을 사용하지 않는 지상파 음악 방송 앙코르 무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라이브 실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그룹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이돌 가창력 논란은 과거까지 소환했다. 과거 아이돌 무대를 찾아 가창력을 비교하는 것이다. 과거 음악방송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로 MR(반주 음원)만 깔리는 경우가 많았다. ‘칼군무’라는 말이 시작된 2~3세대 아이돌은 파워풀한 안무와 함께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은 AR기술 때문에 출중한 라이브 실력까지 갖췄다. 이러한 무대 영상들이 현재 4~5세대 그룹과 비교되며 누리꾼들에 의해 재소환 되는 것.

최근 SNS상에서 H.O.T나 젝스키스, 베이비복스 등 아이돌 1세대 음악방송 무대를 다시 찾아보며 재평가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SBS 가요대전’에서 지드래곤의 실력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만큼 과거 가수들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방증하는 것이다. 선배 가수들의 재소환 무대로 오히려 후배 가수들에게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또 실력을 갖춘 이들이 되려 조명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4~5세대 아이돌은 예전과 노래나 보컬의 트렌드도 많이 달라졌음에도 과거보다 훨씬 완벽한 잣대를 요구받고 있다”며 “몇 초의 장면으로 과도하게 흠집내기식이 아닌 신구세대의 다양한 무대 교류를 통해 선순환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