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노장은 살아있다.”
국내 경정에서 백전노장 김민천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올여름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 탓일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선수들이 더러 보이는 가운데 김민천은 묵묵히 활약 중이다. 베테랑 김민천은 안정적인 출발, 넓은 시야, 강인한 정신력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2기로 경정에 입문한 김민천은 2003년 7승, 2005년 9승을 제외하고 매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하는 소리 없는 강자 중 한명이다. 2011년 36승을 기록, 생애 첫 다승왕에 오르며 제1의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이때 네 번의 대상경주에 출전해 이사장배 왕중왕전과 헤럴드배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후 2018년까지 대상경주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1회 등 준수한 성적으로 강자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9년 26승을 거뒀음에도 대상경주에서는 연이어 예선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2022년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3위, 2023년 스포츠월드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올 6월 이사장배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1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한 번 최고의 자리에 섰다.
김민천은 지난해까지 통산 413승으로 평균 20.4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는 벌써 33승을 기록하고 있어 본인의 한 해 최고 기록인 2009년 36승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김민천의 강점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로 안정적인 출발을 꼽을 수 있다. 22년간 선수 생활을 하며 사전 출발 위반(플라잉)이 단 7번에 불과하다. 통산 출발 기록은 0.27초인데,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출발 기록은 0.33초였고, 201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출발 기록은 0.24초로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장점은 경주를 보는 시야가 넓다는 것이다. 본인보다 출발을 빠르게 펼친 선수가 있다면, 무리한 휘감기 전법보다는 차분하게 전개 위주로 경주를 풀어가며 꼭 1위가 아니더라도 순위권에 안착하며 기복 없는 성적을 보인다.
마지막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생각지 못한 변수들로 기량이 들쭉날쭉한 선수들이 많은데, 김민천은 2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한해 10승 이상의 성적을 스무 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꾸준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예상지 경정코리아 이서범 분석위원은 “김민천은 올해 한번 탄력이 붙으면 3연승, 5연승을 가볍게 거둘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인다. 안쪽 코스를 배정받은 경우는 물론이고, 바깥쪽을 배정받은 경우에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민천이 올해 남은 큰 대회인 10월 쿠리하래배 특별경정과 12월 그랑프리 경주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