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가을야구를 치른 베테랑답다. SSG ‘간판’ 최정(37)이 멀티 홈런을 때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5위 결정전으로 간다. 부담이 될 법도 했다. 오히려 긴장하지 않았단다.
최정은 3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 키움과 경기에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투런포와 만루포를 때리며 3안타 2홈런 6타점을 쐈다.
덕분에 SSG도 7-2로 웃었다. 최정은 이날 팀이 만든 7점 가운데 6점을 홀로 해결했다. 미친 능력이다. 부상으로 주전이 제법 빠진 상황이었지만, 최정 혼자로도 충분했다.
0-0으로 맞선 3회말 좌월 선제 투런 아치를 그렸다. 초반 찬스에서 뭔가 꼬이는 양상이 됐다. 최정이 한 번에 풀었다. 4회말에는 우중월 만루 홈런을 날렸다. 4월28일 홈 KT전 이후 155일 만에 그랜드 슬램.
통산 15번째 만루 홈런이기도 하다. 단독 2위가 됐다. 1위 KIA 이범호 감독이 17개다. 2개 남았다. 조금씩 조금씩 추격하고 있다. 역대 1위는 따 놓은 당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후 최정을 만났다. “뭔가 중요한 경기 같은 느낌이 안 들었다. 내가 최근 감이 계속 안 좋았다. 공이 안 뜨니까 답답하더라. 오늘 최종전이니까, 우스갯소리처럼 ‘무조건 홈런 스윙만 한다’고 하고 나갔다. 편하게 치려고 했다. 진짜 홈런이 두 개 나와서 기분 좋다”며 웃었다.
무승부만 기록해도 시즌이 끝날 상황. 무조건 이겨야 했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 없었단다. 왕조도 경험한 선수다. 최정 같은 선수들이 팀 내에 적지 않다. 긴장하지 않으니 경기력도 좋다. 완승의 원동력이다.
최정은 “경기전에 선수들과 얘기를 나눈 것도 없었다. 젊은 선수들, 어린 선수들은 긴장했을 수도 있다. 기존에 있던 선배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보다, 시즌 중 있는 한 경기 치르는 느낌으로 갔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어 “키움을 무조건 이기겠다는 것보다, 선수들끼리 ‘수원에서 선발 누구 나올 것 같으냐’ 이런 얘기 했다. 우리가 키움에 계속 강했는데, ‘한 번 질 때 됐는데’ 싶기는 하더라. 그런 걱정했다. 확실히 ‘오늘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편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정은 “뭔가 욕심 안 내고, 마음을 좀 내려놓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계속 이겼던 것 같다. 이제 내일 5위 결정전이다. 내일은 긴장이 좀 되지 않을까 싶다. 완전 총력전 아닌가”고 각오를 다졌다.
타격감이 좋은지 묻자 “모르겠다. 난 그냥 하루하루만 생각한다. 잘했다가 못했다가 했다. 이젠 모르겠다. 그냥 내일도 잘했으면 한다. 오늘 홈런 두 개 쳤으니, 이 감을 이어서 내일도 홈런 나왔으면 좋겠다. 한 방만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 그냥 이기는 수밖에 없다. 5위 결정전도 오늘처럼 긴장 안 하고, 최선을 다해서 이겼으면 한다. 그런 경기 하겠다. 계속 이겨서 인천에서 포스트시즌 경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