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KT가 ‘업셋’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전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4위를 이긴 5위’다. 이강철 감독도 웃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KT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과 경기에서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차전 4-0 승리에 이어 이날까지 이겼다.

‘4위 팀 업셋’이다. 2015년 와일드카드전이 도입된 후 처음이다. 두산은 굴욕을 맛보고 말았다. KT는 환하게 웃었다.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1회 로하스의 3루 땅볼 때 허경민의 송구가 빠지면서 로하스가 2루까지 갔다. 비디오 판독 결과 수비방해가 나오면서 로하스가 아웃됐다. 1회 살짝 꼬인 셈이다. 이강철 감독은 장성우가 타석에 들어가지 못하게 잡으며 항의했다.

이후 0의 행진이 계속됐다. 6회 로하스의 2루타, 장성우의 뜬공으로 1사 3루가 됐다. 강백호가 좌전 적시타를 날려 1-0을 만들었다. 결승점이다.

마운드에는 벤자민이 있었다. 7이닝 3안타 무사사구 6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고영표와 박영현이 8~9회 올라와 1이닝씩 책임졌다. 그렇게 KT가 역사를 썼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좋을 때 벤자민 모습이 나왔다. 쿠에바스한테 자극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한 번은 잘 던져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제 쿠에바스가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벤자민도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 생각은 했다. 이렇게까지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두 경기 모두 무사사구 승리다. 이게 크다. 볼넷을 안 준 것이 크다. 원동력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업셋 소감을 물었다. “신기하다. 또 최초 기록을 만들었다. 우리가 시즌 막판부터 이길 경기가 아닌 것 같은데 자꾸 이겼다. 뭔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랄까. 끝났다 싶었는데 뒤집었다. 분위기도 계속 좋아지더라. 마지막에 또 올라왔다. ‘최초’라고 하니까 또 생각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타이브레이크 생각이 또 났다. 그때도 강백호가 좌전 적시타를 쳤다. 최초 기록이 쉽게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쿠에바스도 그렇고, 벤자민도 그렇고 재계약 해달라고 항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팀을 위해 정말 힘 있게 잘 던져줬다. 장성우도 볼 배합을 너무 잘해줬다. 정말 고생 많았다”고 강조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LG다. 2023 한국시리즈 매치업이다. “우리가 최초 기록을 계속 쓰고 있다. 팬들과 같이 최초 기록에 계속 도전하겠다. 선수들 체력은 문제가 없는 것 같다. 분위기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1차전 선발은 만만치 않다. “오늘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엄상백이 있지만, 사흘 휴식이다. 오늘만 집중했다. 경기 자체도 구상대로 되지는 않았다. 1-0 아닌가. 그나마 준플레이오프는 5판 3승이니까 이 점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1회 로하스 아웃 상황에 대해서는 “나가면 퇴장인데 나갈 수도 없고, 선수들에게 또 보여주기는 해야 했다. ‘어디로 뛰라는 것인가’ 싶더라. 처음부터 악송구인데 그걸 3피트 아웃을 주면 어쩌나. 나중에는 또 마이크 잡고 수비방해라고 하더라”고 짚었다.

이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장)성우를 붙잡았다. 심판에게 항의 안 했다. 성우와 이야기했다. 나 심판에게 항의 안 했다”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