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그땐 어렸죠.”
삼성이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왕조 시절’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구자욱(31)은 막내였다. 허무한 패배를 바라만 봐야 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했다. 제대로 도전한다.
구자욱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후 “2015년에는 어렸다. 너무 긴장했다. 선배님들 따라가려고만 했다. 지금은 다르다. 선수들과 같이 해보려는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2위에서 올라간다. 우리 선수들이 더 패기 있는 모습, 여유 있는 모습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KIA는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플레이오프에서 네 경기 했으니까 충분히 경기할 만큼 하고 올라간다고 본다. 선수들이 더 자신 있게 스윙하고, 던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힘줘 말했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상무 복무 후 2015년 1군 첫 시즌을 치렀다. 116경기,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51을 찍었다. 신인왕을 품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서 타율 0.267, 2타점, OPS 0.580에 그쳤다. 혹독한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팀도 두산에 1승 4패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통합 5연패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후 삼성은 암흑기를 보냈다. 2021년 정규시즌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두산에 2패로 탈락. 허무하게 끝났다. 다시 3년이 흘러 정규시즌 2위. 이번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LG를 플레이오프 전적 3승 1패로 눌렀다.
10년 만에 정상에 도전한다. 구자욱의 힘은 필수다. 문제는 몸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급하게 일본까지 가서 치료받고 왔다. 많이 회복한 것은 맞지만, 100%는 당연히 아니다.
구자욱은 “빨리 무릎이 괜찮아져야 한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결국 내가 몸이 괜찮아야 한다. 진짜 좋아졌으면 좋겠다. 최대한 치료에 전념하겠다. 괜찮아질 수 있도록 밤마다 얼음찜질하고 그래야겠다”고 말했다. 20일에도 서울에서 치료를 받고 팀에 별도로 합류할 예정이다.
구자욱이 없어도 다른 선수들이 하면 된다. 2차전도, 4차전도 구자욱 없이 이겼다. “못 칠 수 있다. 못 치더라도 자신 있게 방망이 돌리자고 했다”며 “나도 계속 방망이를 잡고 감각 잃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9년 세월은 막내를 선참으로 만들었다. ‘신(新) 라이언킹’이다. 경기 출전 여부와 무관하게 팀을 이끄는 힘이 있다. 삼성의 2024년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펼쳐질까.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