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타이베이=김동영 기자] 평균자책점 9점대면 어느 팀이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선발진이 그렇다. ‘약하다’고는 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국은 이번 프리미어12를 앞두고 1차 목표로 도쿄 라운드 진출을 말했다. B조 2위 안에 들어야 가능한 일. 만만치 않을 것이라 했다.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더 많았다고 봐야 한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네 경기 치른 시점에서 일본이 4전 전승, 대만이 3승 1패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도쿄행 확정이다. 한국은 2승 2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다른 쪽에서 그 끈을 잘라버렸다.

결국 선발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첫 네 경기를 치르면서 5이닝을 먹은 투수가 없다. 13일 대만전 고영표가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14일 쿠바전에서는 곽빈이 4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15일 일본전 최승용이 나섰는데 1.2이닝 2실점 강판이다. 16일 도미니카전은 임찬규가 출전해 3이닝 3실점이다.

선발진 합계 10.2이닝 11실점, 평균자책점 9.28이다. 곽빈을 제외하면 14.85까지 치솟는다. 그 곽빈도 초반에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4이닝까지만 던지고 내려왔다.

불펜은 평균자책점 3.86이다. KBO리그 마무리 투수만 5명이 오는 등 애초에 ‘강력하다’고 했다.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선발이 길게 가지 못하니 과부하가 걸린다. 불펜 소화 이닝이 네 경기에서 23.1이닝이다. 선발진 두 배가 넘는다. 아무리 강해도 자꾸 던지면 힘들 수밖에 없다.

‘빠진 자원’이 자꾸 눈에 밟힌다. 원태인(삼성)과 손주영(LG), 문동주(한화) 등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도 있다. 혹은 대만처럼 마이너리거를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야구에 만약은 없다. 어쨌든 뽑힌 선수들이 잘해줬어야 하는 것도 맞다. 이쪽이 안 되니 경기가 어렵다. 분명 KBO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발투수들이 왔다.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투수를 더 키워야 한다는 점이 과제”라며 “선발투수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회 아닌가. KBO리그에서도 6~7명 선발을 보유한 팀이 이긴다”고 짚었다.

불펜은 강력했다. 불펜만으로는 안 된다. 결국 선발이 강해야 한다. 이번 프리미어12 실패의 최대 원인이다. 야구계 모든 구성원이 곱씹어야 할 문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