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뮤지션의 카리스마…오케스트라·국악 어우러진 환상의 무대 선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크로스오버 뮤지션 겸 배우 카이가 음악 세계의 레전드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면서 그려낸 카이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카이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KAI IN FOUR(카이 인 포)’에서 165분간 총 21곡을 열창했다. 그는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예술 세계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황홀한 마지막 가을밤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을 작곡,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성준 지휘자가 이끄는 라이브러리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풍성한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콘서트홀을 가득 채워, 가슴 묵직한 감동을 받았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 봄·여름·가을·겨울 콘셉트로 그가 걸어온 인생을 노래하다

‘KAI IN FOUR’는 카이가 2011년부터 아티스트적 면모를 담아 발매한 총 4장의 정규 앨범을 ▲시간과 계절의 흐름 ▲봄부터 겨울에 이르는 사계절에 비유하며, 탱고·국악 등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통해 매력을 뽐냈다.

또한 각 챕터의 도입부는 작가로도 활동한 카이의 예술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내레이션으로 구성해 몰입감을 더했다.

첫 번째 ‘챕터 ‘봄’은 2008년 크로스오버 뮤지션을 첫발을 디뎠던 디지털 싱글 ‘미완(未完)’의 ‘월하연’을 편곡한 연주곡으로 시작했다. 이어 2011년 발매한 정규 앨범 ‘I Am Kai(아이엠카이)’에 수록한 ‘운명의 연인에게’, ‘사랑이란 이름’을 연이어 가창했다.

카이는 “제게 음악적 영감을 주신 분”이라며 세계적인 테너 김우경을 게스트로 소개했다. 그리고 ‘태양의 길’과 ‘I Believe(아이빌리브)’를 함께 열창했다.

이어 2014년 발매한 ‘KAI in ITALY(카이 인 이태리)’의 수록곡 ‘O sole mio(오솔레미)’의 연주가 두 번째 챕터 ‘여름’의 장을 열었다. 지휘자 이성준의 기타와 반도네온 등 여름의 열정을 담은 탱고의 선율로 가득 채웠다.

카이는 영화 대부의 테마곡으로도 유명한 ‘Parla più piano(더 천천히 말해요)’, ‘Non ti scordar di me(나를 잊지 말아요)’, ‘Time to say Good bye(’를 이탈리아어로 불렀다.

세 번째 챕터 ‘가을’은 2019년 발매, 한국을 테마로 클래시컬하고 감성적인 카이만의 감성을 그려낸 ‘KAI IN KOREA(카이 인 코리아)’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으로 꾸몄다. 대북의 연주로 시작해 그간 무대에서 직접 들어보기 어려웠던 ‘너의 아리랑’을 비롯해 ‘애모’, ‘그대도 살아주오’, ‘아름다운 나라’를 차례대로 선보였다.

특히 세 번째 챕터에서는 대북·장구·대금·거문고 등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로 구성한 오케스트라의 합주로 카이만의 독보적인 크로스오버 장르의 매력을 한껏 담아낸 이색적인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마지막 챕터 ‘겨울’은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바탕으로 강렬한 멜로디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서곡의 연주로 시작했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의 ‘너의 꿈속에서’, ‘난 괴물’과 ‘벤허’의 ‘운명’을 실제 무대를 방불케하는 감정 연기와 함께 드라마틱하게 꾸몄다.

특히 가수 겸 배우 규현이 게스트로 등장해 카이와 함께 ‘단 하나의 미래’를 열창했다. 이어 규현은 그가 맡았던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곡 중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를 불러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카이의 17년간의 여정을 함께한 관객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열띤 앵콜 요청을 보냈다. 그는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며, 뮤지션으로서의 데뷔곡인 ‘월하연’을 시작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나의 길을 가겠어’와 ‘프랑켄슈타인’의 ‘그날에 내가’, 2020년 싱어송라이터로서 처음 발매한 싱글 ‘함께 흔들리자’를 관객과 함께 불렀다.

카이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그 중간, 그러한 장르를 할 수 있기를 꿈꿨던 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꿈이 지금, 나의 현재인 것 같다”며 “‘카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그리고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클래식부터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그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예술적 스펙트럼을 담아낸 단독 콘서트 ‘KAI IN FOUR’를 성공적으로 마친 카이는 오는 12월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리는 브랜든리 뮤지컬 심포니 콘서트를 비롯해 뮤지션이자 배우로 관객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