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두고 보세요. 수년 내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팀이 될겁니다.”

2~3년 전 일이다. 당시 롯데 살림을 살던 성민규 전 단장은 선수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젊고 빠른 선수 위주로 선수들을 선발했다. 트레이드도 같은 결로 알아봤다. 팀 색깔을 ‘빠른 팀’으로 변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성 단장은 팀을 떠났지만, 그의 말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시쳇말로 ‘구슬이 서 말’인 팀으로 변모했다는 의미다.

이른바 ‘더블 스쿼드’. 경험도 쌓고 이기는 습관을 들여야하지만, 가능성은 엿보인다. ‘우승 청부사’로 불린 김태형 감독이 구슬 서 말을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하다. 롯데의 올시즌은 장기적 강팀으로 올라서는 변곡점이다. 선수층이 괜찮다는 의미다.

포지션별 경쟁이 치열하다. 특출난 선수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요소요소에 포진한 베테랑 덕분에 계산은 된다. 지난해 2루수로 돌아온 고승민을 필두로 ‘이적생 신화’를 쓴 손호영, ‘질주본능’을 만끽한 황성빈, 국가대표로 성장한 윤동희 나승엽 등은 이제 핵심전력으로 부를 만하다.

여기에 200안타 타자 빅터 레이예스, 공수에서 안정기로 접어든 박승욱,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 절치부심 중인 포수 유강남까지 가세하면, 경쟁력있는 베스트9이 완성된다.

베테랑 정훈과 최항이 좌·우 대타로 출격대기하고, 명예회복을 선언한 노진혁도 주전경쟁 속으로 뛰어들었다. ‘젊은피’ 장두성 조세진이 외야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내야 유틸리티 전민재는 내야 경쟁을 가속한다. 포수 손성빈, 정보근과 일발장타가 돋보이는 좌타자 이정훈 등도 호시탐탐 1군 엔트리 입성을 기대한다.

주전과 백업 차가 크지 않고, 한두 명 전열에서 이탈하더라도 버틸 만한 구성이다. 눈에 띄는 ‘거포’는 없지만, 중장거리형 타자가 즐비하고, 기동력을 갖췄다. 수비만 뒷받침되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 뛰어들 만한 팀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선발진만 안정화하면, 필승조와 마무리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정철원이 가세했으므로 마운드 쪽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늘었다. “잘되는 선수는 힘이 떨어질 때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운영철학을 가진 김태형 감독도 이른바 용병술을 발휘할 수 있을만큼 자원이 늘었다.

안정적인 수비와 기민한 주루만 보강하면, 사직발 태풍이 시즌 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롯데가 신바람을 내면, KBO리그가 들썩이는 건 당연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KIA, 삼성이 여러 의미로 롯데와는 라이벌팀이므로 성적을 내야할 명분도 확실하다. 구도(球都)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일념으로 대만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를 치러야 한다.

탄탄한 선수층은 정규시즌을 이겨낼 유일한 덕목이다. 슈퍼스타의 탄생을 바라는 것보다 ‘팀 자이언츠’로 건강한 리그 경쟁력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롯데는 시나브로 이런 힘이 생겼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