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국제공항=김동영 기자] 리그를 대표하는 ‘절친’이다. 프로 입단 동기로 한 팀에서 동고동락했다. 이제 무대는 메이저리그(ML)다. 덕담이 오갔다. 그러나 소속팀은 ‘철천지원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김혜성(26·LA 다저스) 얘기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하루 간격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정후는 13일, 김혜성은 14일이다. 서로 너무 잘 안다. 김혜성이 포스팅에 들어간 후 이정후가 이런저런 조언도 해줬다. 그리고 김혜성이 다저스를 택했다.

13일 출국 전 이정후는 “(김)혜성이를 팀 동료들에게 설명한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박지성 같은 선수라고 설명하고 싶다. 실력으로는 내가 얘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다. 그래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대표팀에서 같이 뛰었고, 프로에서도 같은 팀에 있었다. 생활하면서 좋은 기억만 있다. 이제 미국에서 뛰게 됐다. 정말 기쁘다. 신기하기도 하다. 정말 좋은 팀에 갔고, 맞는 팀에 갔다”고 덧붙였다.

하루가 지나 김혜성도 화답했다. “그 멘트 보고 3초간 웃은 기억이 난다”며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말이다. 워낙 대단한 분과 비유해줬다. 고맙다는 생각만 든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이)정후는 그냥 슈퍼스타 아닌가. 비유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냥 슈퍼스타다. 작년에 아쉬운 부상이 있었지만, 올해 잘할 것이다. 내가 많이 물어봤다. 정후가 잘 알려줘서 선택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빅리그로 간다고 친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신 몸담은 팀 사정은 또 다르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ML을 대표하는 라이벌이다. 동부에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있다면, 서부에는 다저스와 자이언츠다.

라이벌리는 무시무시하다. 팬들이 보내는 야유는 기본이다. “죽여라”고 한다. 선수들도 안다. 작은 불씨 하나에 전면전이 펼쳐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후는 “혜성이가 어떤 기록을 세우든 다 좋다. 우리 둘이 뭘 해도 상관은 없다. 대신 팀은 이겼으면 좋겠다. 우리 팀이 이기면,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선수소개만 해도 야유가 나온다.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경기한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혜성도 “만나면 재미있지 않을까. 정후가 타석에 선 것은 청백전 때밖에 없다. 상대 팀에 정후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똑같은 마음이다. 그냥 나는 항상 다 잡는다고 생각한다. 정후 타구도 다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벤치 클리어링이라도 벌어진다면, 이정후와 김혜성이 서로 ‘적’이 될 수도 있다. KBO리그에서는 같은 유니폼을 입었으니 그럴 일도 없다. 상황이 변했다.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와 김혜성의 다저스. 묘하게 만났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