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 중 하나인 ‘스폰서 문화’가 최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인 트로트 가수 장혜리(32·본명 이지인)가 최근 유튜브 채널 ‘채널고정해’에 출연해 자신의 경험을 폭로했다.

장혜리는 신인 시절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내가 너를 키워주는 대신 너는 내 여자친구를 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제안을 거절하자 해당 대표는 “너는 그렇게 하면 절대 못 커, 이쪽 바닥은 다 그래”라며 압박했다는 것.

장혜리는 이 경험에 대해 “어린 나이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녀의 발언은 연예계에서 공공연하게 존재해 온 스폰서 문화의 실체를 다시금 드러내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내용이 밝힌대로 사실인지, 일부 과장이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스폰서 브로커는 연예인 지망생 간의 관계가 많고 유명 연예인 사례가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인 연예인에게 스폰서의 유혹이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는 현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충격 폭로, 변하지 않은 현실

연예계 스폰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S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연예인 스폰서와 브로커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폰서 제안과 그들을 연결하는 브로커의 실태가 낱낱이 공개됐다.

배우 김민정은 해당 방송을 시청한 후 “나쁜 것은 나쁜 것”이라며 “이 방송이 각성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신을 밝혔다.

배우 황승언도 “너무 화가 난다”며 “그들 욕망의 재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고, 배우 박하선 또한 “싫다. 힘 빠진다”라며 연예계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처럼 연예계 내부에서도 스폰서 문화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스폰서 폭로의 끝…업계 자정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연예계의 스폰서 문화는 신인 연예인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장혜리는 “일을 조금 더 하고 싶으면 이러한 자리에 가야 할까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접대나 스폰서 자리를 거절할 경우, 방송 출연 기회는커녕 업계에서 ‘비협조적인 인물’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장혜리의 폭로는 연예계 스폰서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연예인 스폰서와 접대 문화가 암암리에 지속하는건, 연예계 내부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신인 연예인들이 공정하게 자신의 실력으로 평가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스폰서 문화의 근절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정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고민해볼 제도적 장치로는 ‘스폰서 금지 조항’을 명문화한 계약서, 스폰서와 관련한 금품수수·성상납 금지조항의 의무적 삽입, 업무상 위계에 의한 성범죄 처벌강화, 윤리·성인지교육 의무화, 권리보호센터(법률·심리상담), 스폰서강요·불공정계약시 계약해지 지원, 스폰서 제공자 실명공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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