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물은 결국 바다로 간다…류승룡이 다시 쓴 낙수의 의미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낙수라는 이름처럼 떨어지는 물이 끝인 줄 알았는데,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결국 바다로 흘러가더라.”
배우 류승룡의 ‘낙수(落水)’는 실패가 아닌 지금을 버티는 사람들을 향한 위로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낙수처럼 한 번쯤 떨어진다. 중요한건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그 물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배우 류승룡은 ‘낙수’를 실패가 아닌 흐름으로 다시 해석한다. 아래로 떨어지는 물은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끝내 바다로 향한다는 말. 그 한마디는 트로피보다 오래 남는다.
류승룡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방송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대기업에서 밀려난 50대 가장 김낙수다. 이름 그대로 ‘떨어지는 물’ 같은 인생이었다. 회사에서 밀려나고, 자존심은 무너지고, 가족 앞에서도 작아지는 남자. 그렇게 50대 ‘미생’ 김낙수는 추락하며 작아졌다.
그러나 드라마 작은 해피엔딩으로 끝맺음을 가진다. 밀려났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고 무너졌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도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서 사람은 다시 자신을 추스른다.
드라마 속 김낙수를 다시 일으킨 것도 거창한 성공이 아니었다. 극 중 아내 하진의 한마디가 있었다. 시상식에서 류승룡은 “‘고생했다. 김 부장’이라는 따뜻한 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를 다시 살아가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를 살리는 건 멀리 있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 ‘미안해’, ‘괜찮아’, ‘고마워’, ‘사랑해’, ‘그럴 수 있지’ 이런 말들이 서로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며 방싯했다.

대상 트로피가 빛난 순간, 류승룡은 자신의 오래된 시간도 꺼냈다. 이날 영화 부문 대상을 받은 유해진과의 인연이었다. 둘은 낙수와도 같은 시절을 함께 했다.
류승룡은 “30년전 유해진과 포스터를 붙이고, 비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때가 기억난다”며 “이렇게 둘이 나란히 대상까지 받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전 국민이 아는 배우가 됐지만, 이들도 무대 위에서 빛나기까지 무대 아래 힘든 나날이 있었다.
포스터를 붙이고, 공장에서 일하던 청춘의 날들, 이름보다 생활이 먼저였던 시절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낙수처럼 사라진게 아니라 한방울씩 모여 배우 류승룡을 바다로 이끌었다.

류승룡은 마지막에 자신에게 말했다.
“승룡아, 수고했다.”
그리고 곧바로 세상의 모든 김낙수에게 말을 건넸다.
“전국의 모든 낙수야, 행복해라!”
떨어진 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방향을 바꿔 흐를 뿐이다. 류승룡의 ‘낙수’는 그래서 실패의 이름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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