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4일 키움 최종전서 2-0 승리

오선우, 2안타 1홈런 1타점 ‘맹타’

후반기 주춤 →심적 부담 有

“경기 출장 이유 증명해야 한다”

[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프로야구 무대는 매 경기, 매 순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보이지 않는 이면 그 끝에는 하루하루가 치열하고 살얼음판이다. 말 그대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심적 부담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KIA는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2연패 탈출은 물론, 실낱같은 5강 희망을 되살렸다. 남은 잔여경기에서 모두 이긴다 가정해도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호랑이 군단다운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 오선우는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2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하영민의 2구째 커브를 통타해 시즌 18호이자 결승타를 쏘아 올렸다.

4회초에는 박찬호의 3루수 태그아웃으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우중간 안타로 되살리며 추가 득점의 물꼬를 텄다. 공·수가 도미노처럼 무너진 탓에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구긴 KIA로서는 천금 같은 활약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오선우는 “홈런보다 안타를 더 많이 치고 싶다”며 “경기에 출장할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증명해야 한다. 물론 못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소 덤덤하게 말했다.

KIA의 전반기 중심에는 이른바 ‘함평 타이거즈’가 있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기회를 잡은 오선우는 이제 팀의 한 축을 이룬다. 시즌 초반 타율 3할로 펄펄 날았으나, 후반기 들어 침체기를 겪고 있다. 9월로 좁히면 타율은 0.189에 불과하다.

오선우는 “내년 목표도 만들고 있다”며 “올해 했던 실수들은 더 이상 용납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년에는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더 잘해야 한다”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이어 “체중 감량도 신경 써야 하는데, 삼진이 많은 편이다. 삼진을 60개 정도만 줄이면 3할은 칠 수 있을 거라 본다”면서도 “아무래도 후반기에는 쫓기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결과만 쫓으려고 했다. 타석에서 반응도 늦었던 탓에 루킹 삼진이 많이 잦았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을 터. “심적인 부문이 처음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는 “전반기에는 그저 경기에 임했다면, 후반기에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 움츠러들었고, 망설이게 됐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팀이 이겨야 선수가 산다”며 “후반기에 팀이 흔들렸다. 내년에는 안 흔들릴 수 있도록 더 단단하게 준비를 많이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경험치가 쌓인 오선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볼 일이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