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레전드급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잔류군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준다면…”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국민거포’ 박병호(39)가 친정팀 키움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잔류군 코치로서 젊은 후배들을 비롯해 미출전 선수들에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키움은 4일 박병호의 잔류군 선임코치 임명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이 박병호의 은퇴 소식을 공식화한 지 하루만이다.

2005년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박병호는 리그 역사상 최초로 2시즌 연속 50홈런을 때려낸 거포다.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키움 전신) 유니폼을 입었고, 2016년 메이저리그(ML)에 진출한 뒤 2018년 키움으로 복귀해 2021년까지 활약했다. 이후 KT와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는데,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기록은 1767경기, 타율 0.272, 418홈런 1244타점이다.
이날 스포츠서울과 연락이 닿은 키움 관계자는 박병호의 코치진 합류에 관해 “4~5일 전 박병호가 먼저 구단에 연락을 취해왔다”며 “키움에 오래 몸담은 선수이기도 하고, 안부차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은퇴 의지가 강했고, 자연스럽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올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됐다. 그러나 올해 1군 출전은 77경기에 그친 데다, 타율 0.199로 부진했다. 만약 삼성에서 붙잡지 않을 경우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한편으론 선수 본인도 빠르게 현실과 타협한 셈이다.

만약 박병호가 FA를 신청했다면 영입까지 고려했다는 게 키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배려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생각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처음 연락이 닿았을 땐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가볍게 공감대 형성 정도만 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키움은 이미 2026시즌 코치진 구성을 확정한 상태였다. 키움 관계자는 “이미 1·2군 코치진 구성도 마쳤는데, 어제 삼성에서 은퇴 발표를 하지 않았나. 이후 다시 통화를 하게 됐고, 구단 측에서 먼저 잔류군 코치직을 제안했다”고 선임 배경에 관해 말했다.
그렇다면 구단 측에서 박병호에게 코치로서 바라는 활약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박병호를 굉장히 오랫동안 봐왔다”고 강조한 관계자는 “자기 관리도 정말 잘하고, 기량은 말할 것도 없다. 평소 태도, 행실 등이 후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됐다. 아무래도 프로 선수로서 노하우, 경험 등도 풍부하다. 지도자로서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잔류군 코치를 제안한 이유로는 “잔류군에는 재활조와 미출전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퓨처스 팀이 원정으로 떠나면 잔류군 선수들은 고양에 남아서 훈련하게 된다”며 “물론 투수와 타자 코치들이 따로 있다. 그런데 리그에서 레전드급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잔류군의 중심을 잡는 총괄 코치 격의 역할을 한다면 선수단의 훈련 분위기나 효율 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부연했다.
은퇴식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키움 관계자는 “이제 합류 결정이 난 터라,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당연히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