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연극계 미투 1호’로 불린 배우 이명행이 이름을 이훈영으로 바꾸고 연극 무대 복귀를 시도했다가 적발돼 하차한 사실이 알려졌다.
5일 X(구 트위터)에는 “이명행이 이름을 바꿔 연극 ‘더 파터’에 출연하려다 들통났다”는 글이 확산됐다. 해당 글에는 이명행이 ‘이훈영’이라는 이름으로 연극 캐스팅 명단에 올라 있었다가, 관객과 공연 관계자들의 제보로 정체가 드러나 하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명행은 2018년 연극 스태프를 성추행한 혐의로 미투 폭로 대상이 된 인물이다. 이후 2019년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8개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 등의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은 공연계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연극계 미투 1호 사건’으로 기록됐다.


최근 이명행이 ‘이훈영’이라는 이름으로 복귀를 시도하자, 공연계와 관객들 사이에서 “반성 없는 복귀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푸른연극마을은 5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연극 ‘더 파더’ 공연에 참여 중인 한 배우가 과거 성추행 사건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사실을 공연 하루 전날인 11월 5일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즉시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해당 배우의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극단 측은 “배우 선발은 오디션 공고를 통해 진행됐으며, 지원자들이 프로필과 영상을 제출해 심사를 거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인 이력에 대한 추가 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못한 점에 대해 제작자이자 연출로서 깊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철저히 확인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은 진실 위에서 서야 하며, 그 어떤 폭력도 예술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 극단은 예술계의 어떠한 폭력 행위나 불법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예술윤리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모든 참여자의 인권과 안전을 존중하며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제도 마련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공연계 안팎에서는 “가해자의 익명 복귀는 피해자와 관객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wsj0114@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