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사나이’ 최형우, 삼성과 26억 FA 계약

2016년 이후 9년 만의 전격 복귀

KIA 후배들과 통화 후 2시간 운 사연은?

최형우 ‘기록의 역사’는 현재진행형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KIA 후배들 메시지 보고 2시간 울었어요.”

한국프로야구의 시간과 기록을 관통한 사나이. ‘살아있는 전설’ 최형우(42)가 9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왔다. 2년 최대 총액 26억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현실로 만든 대표적인 타자가 다시 파란 유니폼을 입는다.

단순한 이적이 아니다. 4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리그 최정상급 OPS(출루율+장타율)를 유지한 ‘한 시대의 흔적’에 대한 증명이다. 누적 기록의 개념을 다시 쓰고 있는 선수의 또 다른 챕터이기도 하다.

최형우는 올시즌 133경기에서 타율 0.307, 24홈런 86타점, OPS 0.928을 적었다. 2년 연속 20홈런에, OPS 0.900대는 5년 만이다. 타점·2루타·루타수 역대 1위 등 누적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 CGV 스크린X관에서 열린 ‘2025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만난 최형우는 ‘올해의 기록상’을 품은 채, FA와 이적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한 일주일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후련하다”며 “KIA 후배들 연락을 받고 진짜 2시간 넘게 울었다. 뭔가 주체가 안 되더라. 장문의 메시지가 왔는데,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이적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후배들의 “형 고마워요”라는 메시지에 마음이 달라졌다. 떠나는 베테랑이 아니라 ‘길을 개척해가는 선배’로 바라봐 준 진심 가득 응원 때문이었다.

LG에서 KT로 FA 이적한 김현수는 “이 정도만 할까 하다가 최형우 선배 보면서 더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형우는 “후배들이 ‘형이 기준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 순간 뿌듯했다. 안 좋게 끝나는 게 아니라, ‘잘하고 떠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삼성 선수단과도 활발한 소통이 오갔다. 그는 “(강)민호, (구)자욱이와 매번 한 얘기가 있다. ‘우리 3명이 같이 야구할 수 있는 날은 없을 거다’고 했다. 민호가 계약을 마친다면 진짜 우리 3명이 함께 뛰는 일이 일어난다”며 웃었다.

삼성은 우승 전력 재건의 핵심 마지막 조각으로 최형우를 선택했다. 삼성은 “젊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이자 확실한 중심 타자”라고 평가했다.

KIA에서의 황혼은 찬란했고, 삼성으로 귀환은 더욱 강렬하다. ‘기록이 따라가는 선수’ 최형우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