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한 스키 스타 진 본(Lindsey Vonn)의 질주는 13초 만에 멈췄다.
본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에서 경기 도중 사고로 쓰러졌고, 닥터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13번째 주자로 출발한 본은 스타트 게이트에서 깊은 숨을 고른 뒤 힘차게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첫 코너를 통과한 뒤 두 번째 곡선 주로에서 오른팔이 기문에 걸리며 중심을 잃었다. 그대로 설원 위를 구르며 넘어졌고, 고통 속에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의료진이 곧바로 투입됐고, 현장 판단 끝에 응급 헬기가 호출됐다.
관중석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전광판에 사고 장면이 반복되자 현장에 있던 본의 아버지 앨런 킬도우는 얼굴을 감쌌다. 경기는 약 25분간 중단됐다.

본은 들것에 고정된 채 헬기에 실려 코르티나담페초 코디빌라 푸티 병원으로 이송됐다.
본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활강 금메달리스트이자 2018 평창 대회 동메달리스트다. 2019년 은퇴를 선언했지만, 2024~2025시즌 현역 복귀를 선택하며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삼았다.

복귀 이후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 월드컵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3회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스위스 월드컵 대회에서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고,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본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습 주행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실전은 냉혹했다. 단 13초 만에 올림픽 도전은 멈췄다.

본은 선수 생활 내내 부상과 싸운 상징적인 존재다.
2006 토리노 대회에서는 훈련 중 사고로 헬기 이송을 경험했고, 2010 밴쿠버 대회 직전에도 정강이 부상을 안고 금메달을 따냈다. 소치 대회는 무릎 인대 파열과 정강이뼈 골절로 결장했다.
2024년에는 인공 관절 수술까지 받은 뒤 40세의 나이에 다시 스키를 탔다.
그리고 그 마지막 도전의 무대가 된 곳이 바로 토파네였다. 본은 이곳에서만 월드컵 통산 12승을 거두며 여자 활강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전설의 무대는 다시 열렸지만, 결말은 잔인했다.
린지 본의 올림픽은 그렇게 헬기 소리와 함께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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