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추모 헬멧’ 착용 여부를 놓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헤라스케비치는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 인근 오륜 마크가 보이는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한 선수들의 희생이 있어 우리가 여기에서 하나의 팀으로 경쟁할 수 있었다”라며 “나는 그들을 배신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희생자들이 경기 날에 나와 함께 있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어제 훈련과 오늘 훈련은 물론 경기 날에도 추모 헬멧을 쓸 것”이라며 “지금은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량을 펼치고 트랙 위에서 집중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지만 지금은 추모 헬멧을 쓸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헤라스케비치는 지난 9일 훈련에서 러시아와 전쟁에서 희생된 우크라이나 스포츠 선수 24명의 이미지가 새겨진 추모 헬멧을 착용하고 연습 주행을 했다.
이에 IOC는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이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위반한다고 판단해 사용 불가를 통보했다. 대신 IOC는 추모 완장 착용은 허락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IOC 대변인 마크 애덤스는 기자회견에서 “IOC는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기억하려는 선수들의 바람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추모 헬멧은 IOC 규정에 위배되지만 경기 기간에 추모를 위해 검은 완장을 착용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타협안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IOC는 추모 헬멧을 올림픽 헌장을 위반한 것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헤라스케비치는 추모 헬멧 착용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생각도 확고해 보인다.
헤라스케비치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라트비아의 이보 스테인베르그스 코치는 기자회견에 동참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라며 “어제 라트비아 대통령이 우리 대표팀을 방문한 자리에서 헤라스케비치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만약 그가 실격 처리가 되면 우리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루지 선수인 올레나 스마하는 장갑에 영어로 “추모는 위반이 아니다”(Remembrance is not a Violation)라는 메시지를 적어 보이기도 했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