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강동현 기자] ‘분노의 질주’였다.
여자 계주가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되찾았다. 한국 쇼트트랙의 ‘노 골드’ 우려를 한 방에 날렸다.
최민정(28) 김길리(22·이상 성남시청) 심석희(29·서울시청) 노도희(31·화성시청)는 19일 오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끈끈한 팀워크를 뽐내며 금빛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16바퀴를 남긴 레이스 중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질 때 버텨낸 최민정의 경험과 마지막 주자로 나서 홈팀 이탈리아를 따돌린 김길리의 스퍼트도 빛났지만, 준결승을 1위로 통과하는 데 힘을 보탠 이소연(33·스포츠토토)까지 계주팀 모두가 주연이었다.

맏언니 이소연을 ‘센터’로 모신 시상식 깜짝 세리머니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소연은 한국 쇼트트랙 역사상 최고령으로 올림픽 신고식을 치르고 포디움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2012~2013시즌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딱 10년이 지난 2022~2023시즌에야 대표팀에 복귀했다. 오직 국가대표만 바라보고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은 게 오늘의 영광을 가져왔다.

노도희도 마찬가지로 서른 살을 넘어 이번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꽃을 피웠다. 결승 세 번째 주자로 나서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든든히 질주했다.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 이어 올림픽까지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2019년 선수촌 암벽 등반 훈련장에서 벌어진 황대헌-임효준(린샤오쥔)의 불미스러운 사건 당시 용기를 내 진실을 알렸다.

심석희는 강한 푸시로 최민정을 미는 계주팀 필승 전략의 중심이었다. 평창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 아픔을 뒤로하고 ‘원팀’으로 뭉쳐 감동을 안겼다. 주장 최민정의 결단 덕분이었다. 심석희는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계주에서만 세 번째 금빛 레이스의 주인공이 됐다. 소치에서 따낸 개인 종목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합쳐 무려 다섯 개 메달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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