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영월·양평=원성윤 기자]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양평의 고즈넉함, 그리고 그곳을 벗어나 강원도 영월의 굽이치는 산길까지. 왕복 300km에 달하는 여정은 단순한 드라이브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검증의 시간’이었다.
차가운 금속성과 심장을 때리는 비트가 공존하는 에이티즈(ATEEZ)의 곡 ‘사이버펑크(Cyberpunk)’는 이번 시승의 완벽한 페이스메이커였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와 함께 떠난 이번 여정은, 노래 가사처럼 화려한 미래 기술과 도로 위의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I wanna feel alive / 무감각해진 도시에 / 날 일깨워 줘 My heart on fire” (ATEEZ - Cyberpunk 가사 중)
양평을 빠져나와 시원하게 뚫린 국도와 고속도로를 거쳐 영월로 향하는 길. 한적한 교외를 벗어나 엑셀러레이터에 힘을 주자 EV6는 물 만난 고기처럼 튀어 나갔다.
영월 동강 주변의 와인딩 로드는 EV6의 진가를 확인하는 무대였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 E-GMP 플랫폼 특유의 저중심 설계는 영월의 산세를 타고 넘을 때 빛을 발했다. 날카로운 스티어링 반응은 육중한 차체 무게를 잊게 만들 만큼 민첩했다. 코너를 파고들 때마다 느껴지는 타이트한 하체 감각은 운전자의 심장에 불을 지피기(Heart on fire)에 충분했다. 패밀리 SUV의 탈을 썼지만, 그 속에는 스포츠카의 영혼이 꿈틀거린다.



“눈을 떠, 여긴 혼란스러운 밤 /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Lies” (ATEEZ - Cyberpunk 가사 중)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니다. 고속도로에 올라 규정 속도 상한선까지 속도를 높이자, 계기판의 주행 가능 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에이티즈가 노래한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거짓말(Lies)’처럼, 전기차에게 물리 법칙은 냉정했다.
EV6 롱레인지 모델의 인증 주행거리는 400km 후반대로, 왕복 300km 주행은 제원상 충전 없이 충분히 가능한 거리다. 하지만 공기 저항과 싸워야 하는 고속 주행에서는 전비 효율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고속 크루징 구간에서의 전력 소모는 완만한 국도 주행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내연기관차가 고속에서 연비 탄력을 받는 것과는 정반대다.
물론 이것이 EV6만의 단점은 아니다. 모든 전기차가 안고 있는 숙명이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질주하는 쾌감(Cyberpunk)의 대가는 확실한 에너지 소비로 돌아온다.



“Oh, woah, Cyberpunk / 너만이 날 춤추게 해 /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혀줘”(ATEEZ - Cyberpunk 가사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EV6와의 동행이 즐거웠던 건, 압도적인 충전 성능 덕분이다. 영월에서 돌아오는 길,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휴게소에 들러 800V 초급속 충전기에 물리는 순간, 배터리 잔량은 놀라운 속도로 차오른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혀주는’ 이 기술력 덕분에 남은 여정의 편안함은 배가된다.
양평으로 복귀하는 밤길, HDA2(고속도로 주행 보조 2)에 운전을 맡기고 앰비언트 라이트가 은은하게 빛나는 실내에 앉아 있자니 마치 사이버펑크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영월의 거친 자연과 양평의 차분한 밤, 그 300km의 간극을 EV6는 가장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방식으로 연결했다.



기아 EV6는 양평과 영월을 잇는 중장거리 주행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고속 주행 시 전비가 떨어지는 전기차 특유의 현실적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굽이치는 국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초급속 충전이라는 기술적 해법은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에이티즈의 ‘Cyberpunk’가 강렬한 비트로 청각을 자극하듯, EV6는 운전의 재미와 시각적 만족감으로 운전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지루한 이동수단은 거부한다. 도로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EV6는 여전히 가장 매혹적인 선택지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