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구속 느리고 변화구 많아 플랫 스윙 많아
ML 톱클래스 타자들 짧고 빠른 대처 보편화
지도자들 “어릴 때부터 100% 힘써야 발전”
성적중심 아마야구 시스템으론 성장 어려워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국 선수들은 드라이버,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웨지샷 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적절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만나는 야구인들, 특히 타자 출신 지도자에게 골프 스윙에 빗대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확, 와닿는 비유네!”

지난달 막을 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타격 스타일의 차이. 특히 한국 대표팀이 8강에서 만난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은 말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타자들은 이렇게 진화했구나 싶었다. 비약하자면 ‘우리 선수들은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차이를 말로 설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느낌만 설명하면, 헤드를 던지는 타이밍이 하늘과 땅차이다. 한국 타자들은 오른쪽 어깨(우타자 기준)부근에서 헤드를 던진다. 골반정도에서 왼무릎까지 커버할 수 있는 완만한 궤적으로 스윙한다.
반면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은 왼허벅지 시작점까지 배트를 끌고 온다. 허벅지 중간에서 왼발 앞까지가 최대 가속구간. 뒤가 짧고 앞이 길 수밖에 없는 타이밍인데, 이런 스윙으로 시속 160㎞까지 강속구와 120㎞대 브레이킹 볼을 모두 걷어낸다.


한국 타자들을 드라이버 스윙에,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은 웨지샷에 비유한 이유다. 골프와 야구 스윙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공통점은 막대기를 휘둘러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 공과 만나는 쪽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어 ‘헤드’라고 부르고, 몸통 회전이 동력이므로 원심력을 극대화하려면 정확한 타이밍에 헤드를 던져야 하는 점도 닮았다.
드라이버는 어퍼블로가 정석이다. 채가 길고 티에 꽂은 볼을 공략하기 때문이다. 긴 채를 제어해야 하므로 몸 회전과 팔길이 등을 고려하면 헤드가 오른 어깨부근에 오면 이른바 ‘던지기’를 시작해야 한다.

반면 웨지클럽은 다운블로가 아니면 정타가 어렵다. 방향과 거리, 스핀 등 정확성을 요구하는 클럽이므로 헤드 무게를 완벽히 이용해야 한다. 볼과 가까운 거리에서 헤드를 던져야 요구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수도권 구단 단장과 타격코치 지방구단 감독과 타격코치뿐만 아니라 베테랑 타자들도 ‘드라이버와 웨지 샷의 차이’를 이해했다. 그리곤 “시속 160㎞짜리 속구에 150㎞대 중후반의 싱커, 컷패스트볼, 140㎞ 중후반까지 측정되는 스플리터 등을 공략하려면, 아무래도 중간타이밍으로는 대응하기 힘들다”는 공통답변을 내놓았다.

타격을 시작하는 로드포지션에서 임팩트 구간으로 배트를 끌고 오는 과정에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스윙은 하체 회전이 시작이므로 배트를 쥔 손은 임팩트 구간까지 몸의 회전에 온전히 의지할 뿐 불필요한 힘을 주지 않는다. 최대한 가볍게 내려와야 임팩트 구간에서 가속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공통답변은 또 있다. “KBO리그 타자들은 속구 평균이 시속 140㎞대 초중반에 그친다. 대신 여러갈래로 휘어지는 변화구가 많다. 볼을 최대한 불러 놓고 타격하는 게 유리하다. 중심이 오른발에 남아있는 상태로 타격해도 손해볼 게 없는 리그”라고 입을 모았다.

히팅포인트가 오른 무릎부근이라면, 임팩트 구간은 그 뒤여야 한다. 스윙이 ‘플랫’할 수밖에 없다. 시속 152~153㎞짜리 속구에 배트가 밀리는 게 당연하다. 리그 환경이 스윙에 영향을 크게 끼친다는 의미다.
미국과 일본, 멕시코 등 야구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인훈련한 수도권 베테랑 타자는 “다른 나라는 어릴 때부터 힘을 100%로 쓰도록 훈련한다. 우리는? 아마추어 때부터 (대회)성적 때문에 속칭 손장난 위주로 훈련한다. 미국 일본 리그와 KBO리그 톱클래스 선수들의 수준 차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어른들만 모르는, 혹은 알고 있지만 변화시킬 수 없는 우울한 현실이다. 신축구장 건립이 급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