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4번째 이야기의 시작 ‘꿈’

고된 훈련을 이겨낸 4명의 ‘빌리’가 전하는 환희

7월26일까지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서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뜨거운 기립박수와 함께 화려하게 귀환했다. 지난 5년간 ‘한국 관객들이 기다리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이번 시즌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니 더욱 무대를 압도하는 ‘기적의 빌리’들과 함께 돌아왔다.

2000년 영화로도 잘 알려진 ‘빌리 엘리어트’는 세계적인 뮤지션 엘튼 존과 리 홀 작가, 스티븐 드리 감독의 예술적 세계관이 결합돼 2005년 뮤지컬로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2010년 상륙해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

작품은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의 한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 단계를 관객들과 함께 밟지 않는다. 한 시대의 투쟁과 좌절을 고발하며 희망적 내일을 꿈꾼다.

모든 시간의 감정과 흐름은 ‘춤’과 ‘노래’로 표출한다. 뮤지컬 장르의 당연한 기본 장치이지만, 찌르고 감싸는 격정적인 서사는 심장을 파고드는 음률로써 매 순간 감동을 선사한다. 마치 약속된 시간(정시)을 가리키는 커다란 자명종이 광광 울려퍼지듯 희열과 전율이 느껴진다. 이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지 긴장감이 극도로 치닫는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는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어른들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것은 바로 ‘꿈’이다.

◇ 1980년대 영국 탄광촌서 탄생한 ‘백조’

‘빌리 엘리어트’를 관람하기 전 시대적 배경에 대해 알고 가면 관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작품이 그려지는 1980년대는 마가렛 대처 정부의 석탄산업 국유화 정책으로 인해 광부들이 대규모 파업에 나섰던 시기다. 갈등이 심화된 장면에서 틈틈이 영국의 노동가요이자 혁명가요가 울려 퍼진다. 특히 2막은 경쾌한 선율과 상반된 가사를 담은 군중 가요로 포문을 연다. 영국에서 공연 당시 마가렛 대처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관객들에게 물었던 실화를 무대 위로 올렸다. 마지막은 죽음을 무릅쓴 강한 신념과 용기를 노래로 장식한다.

작품을 보면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는 버릇 없고 제멋대로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당시 어른들은 거리에서 경찰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그 시각 아이들은 곳곳으로 흩어져 시간을 때웠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에 무관심 속 외로운 시간을 견뎌야 했고 스스로 성장해야 했다. 스티븐 연출은 그 시대 탄광촌의 어려운 현실을 거칠 수밖에 없었던 11살 소년의 캐릭터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아이는 훗날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이 된다.

◇ 숨 쉴 틈 없이 밀려오는 감동의 댄스

스티븐 연출은 지난 12일 프리뷰 첫 공연에 오르기 전 관객들과 만나 ‘빌리 엘리어트’만이 가진 힘을 소개했다. 그는 “작품 속 탄광촌의 광부가 사라진 것처럼 AI가 또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공연 예술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배우)만이 선사할 수 있는 무한한 감동이 있다. 같은 이야기를 춤으로 호흡하고 경험하는 것은 AI가 절대 할 수 없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이번 시즌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매 시즌 보석 같은 ‘빌리’들이 등장해 열정과 재능을 한껏 뽐낸다. 성인 배우들도 대극장 전석 매진 기록에 진땀을 빼는데, 이 어려운 걸 ‘빌리’들이 해내고 있다.

이들은 발레·탭 댄스·아크로바틱·현대무용 등 예술적 가치를 몸으로 표현한다. 꿈이 가로막혀 분노를 표출하는 ‘빌리’의 ‘앵그리 댄스(Angry Dance)’는 주요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뜨겁게 타오른 가슴이 식지 않도록 불망치로 심장을 때리듯 긴장을 극대화한다.

이번 시즌 역시 약 일 년 동안 3차에 걸친 오디션과 ‘빌리 스쿨’을 통해 발굴한 4명의 ‘빌리’가 등장한다. 일주일에 6일 진행된 고강도 트레이닝을 통해 ▲뮤지컬 ‘마틸다’ ‘레미제라블’ ‘프랑켄슈타인’ 등 다수의 뮤지컬 경력을 가진 김승주(14) ▲특기인 힙합 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춤을 섭렵하고 있는 박지후(13) ▲4살부터 발레 학원에 다니며 ‘빌리’를 꿈꿨던 김우진(12) ▲영화·드라마·광고 등 다양한 장르에 이어 뮤지컬에 도전하는 조윤우(11)가 무대를 꾸민다.

특히 1대 ‘빌리’ 발레리노 임선우가 ‘성인 빌리’ 역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감초 역할을 하는 ‘빌리’의 절친 ‘마이클’ 역에는 이서준(14)·이루리(13)·김효빈(12)·지윤호(12)가 캐스팅됐다.

◇ ‘꿈’ 속 상상력의 자유…진정한 ‘나의 모습 찾기’

‘빌리 엘리어트’는 두 세대의 다른 꿈을 그린다. 어른들은 생존을 위해 대립하고, 아이들은 특별함 없이 그 자체의 미래를 품는다. 지향점은 다르지만, 작품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스티븐 연출은 무대 위 장치들이 연습실과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똑바로 서 있을 수 있게 지탱해주는 ‘의지’의 의자, 문턱에서의 ‘선택’을 나타내는 여러 개의 문과 창문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극 중 아역배우들과 성인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겹치는 안무가 반복된다. 우스꽝스러운 춤도 예사롭지 않다. 그 시대에 저항하는 인물들이 춤으로써 당시의 정치세력을 풍자한다.

한 소년의 꿈을 위해 온 마을이 힘을 합친다. 꿈에 대한 진정성을 한 소년으로부터 깨닫는다. 감정의 깊이를 한껏 끌어올리는 조명을 활용한 그림자 효과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AI가 정복할 수 없는 인간의 꿈과 열정, 사랑과 감동을 그리는 ‘빌리 엘리어트’는 오는 7월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