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창간기획 - 다시 피어나는 검은 땅⑤

[스포츠서울 글·사진 | 태백=원성윤 기자] 태백이라는 이름에는 ‘크고 밝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도시는 우리에게 ‘검은 땅’으로 기억돼 왔다. 1970~8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부로 뜨겁게 타올랐던 석탄의 도시. 광산이 하나둘 문을 닫으며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는 듯했으나, 2026년 봄에 마주한 태백은 과거의 짙은 석탄 먼지를 걷어내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첨단 에듀테인먼트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태백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해발 800m 고지대에 오르면 ‘몽토랑 산양목장’이 펼쳐진다. 과거 광부들의 거친 숨소리가 머물렀을 이 산자락은 이제 푸른 초원으로 변모해 ‘한국의 스위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카페 창밖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와 파란 하늘 아래 노니는 산양들의 모습은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이곳의 명물인 산양유 아이스크림은 진하고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며, 방목된 산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은 자연과의 교감을 실감케 한다. 흑백의 도시가 품고 있던 태백의 새로운 색깔은 이토록 눈부신 청사진으로 덧칠되고 있었다.

이어 발길을 옮긴 곳은 ‘태백 고생대 자연사 박물관’이다. 강원 고생대 국가 지질공원의 핵심 거점인 이곳은 태백 지역이 수억 년 전 바다였음을 증명하는 화석들로 가득하다. 박물관 입구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삼엽충 조형물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고생대의 신비를 화석과 전시를 통해 체험하다 보면, 태백이라는 땅이 가진 유구한 역사적 가치와 지질학적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태백 여정의 핵심은 ‘365세이프타운’에서 마주하게 된다. 과거 잦은 광산 사고를 겪으며 안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태백이 이제는 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교육의 메카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도로명주소 체험, 자동차 안전벨트 시뮬레이션, 대테러 체험 등 실질적인 재난 대응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로 가득하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곳의 이용료 정책이다. 2만 2000원인 이용료를 내면 그중 2만 원을 지역 상품권인 ‘태백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게 된다. 입장료 대부분이 고스란히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화폐로 환원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이 상품권은 태백의 또 다른 자랑인 한우를 맛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

해발고도가 높은 고원의 맑은 공기 속에서 자란 태백 한우는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과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이번 여정에서 마주한 태백한우직판장의 ‘소고기 전골’은 그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식탁 위의 백미였다. 신선한 채소와 버섯이 우러난 맑은 육수, 그 위에 듬뿍 얹어진 질 좋은 한우는 눈과 입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한우의 진수를 집에서도 느끼려면 ‘태백실비식당’ 같은 현지 맛집에서 지역 상품권을 활용해 소고기를 포장해 가는 방법도 있다.

인생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여행과 같다. 쇠락하던 폐광촌에서 매력적인 쉼터이자 배움터로 변모한 태백의 부활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칠흑 같던 갱도 밖으로 나온 도시는 이제 스스로를 다시 빚어내며 활기찬 내일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 도시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어떻게 다시 피어날 수 있는지를 목도한, 가슴 벅찬 여정이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