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무대 아래서 벌벌 떨면서도 ‘무대 올라가면 마이크 드랍’을 할 거라고 했다. 실제로 우린 마이크 드랍을 했다. 이번 앨범에 수많은 곡이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의 고민도 담겨 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잊혀지지 않을까 고민도 했었다. 우리들이 지켜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변화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정말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전환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아티스트로 혹은 음악 창작자로 남고 싶은지 질문을 많이 했다. 답은 우리 안에 있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두려웠지만, 다 같이 ‘킵 스윔’을 하면 답을 찾을 거라 굳게 믿고 있다. 한 걸음씩 음악 내고 공연하고 아미에게 예쁜 모습 보이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방탄소년단)
오랜만에 팬들과 웃으며 소통하던 방탄소년단은 수만 관객이 모인 광화문 광장 무대에서 잠시 비장해졌다. 타이틀곡 ‘스윔(SWIM)’을 부르기에 앞서 멤버들이 번갈아 가며 진심을 전한 장면에서다. 이들의 발언은 신곡 소개를 넘어 전 세계 아미를 향해 자신들의 향후 방향성을 선포한 선언문과 다름없었다.
이는 마치 이제껏 쌓아온 자신들의 업적을 ‘안전한 육지’로 비유하고, 트렌드가 요동치는 K팝 생태계를 ‘바다’로 그려낸 ‘스윔’의 가사와 완벽히 맞닿아 있다. ‘스윔’ 속 가사는 그간 걸어온 여정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어주는 완벽한 메시지다.

방탄소년단이 차고 있는 ‘K팝의 시계’는 그 어느 곳보다 빠르다. 완전체가 흩어졌던 4년이란 군백기는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영겁의 시간이다. 실제로 그 공백기 동안 세븐틴이 돔을 씹어 먹었고, 스트레이 키즈가 빌보드를 점령했으며, 라이즈와 투어스 등 5세대 아이돌이 시장을 갈아엎었다. 4년 전 왕의 자리가 여전히 유효할지, 대중이 자신들의 서사를 기억할지 공포와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가혹한 구조다.
그럼에도 굳이 다시 뛰어들겠다고 선포한 노래가 바로 ‘스윔’이다. 육지에서 고개를 돌려 바다로 뛰어들고 싶다는 가사는 빌보드나 그래미 노미네이트라는 철옹성 같은 업적에 기대어 추억이나 파는 안전한 행보 대신, 기꺼이 알 수 없는 심해로 뛰어들어 밑바닥부터 다시 파도를 타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방탄소년단이 거친 심해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하자, 광화문 광장을 메운 수만 명의 아미(ARMY)는 터질 듯한 함성으로 화답했다. 멤버들이 털어놓은 솔직한 불안에 응답한 이 거대한 함성은 방탄소년단이 마음껏 헤엄칠 수 있도록 기꺼이 내어준 완벽한 안전망이었다. 거친 시대가 아무리 매서운 파도를 일으킨다 한들, 방탄소년단 곁에는 그들과 함께 파도를 타며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낼 가장 든든한 함선이 존재하고 있었다.
왕좌를 지키기 위해 성벽만 높이는 자는 결국 시대의 거센 파도에 밀려나기 마련이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훌쩍 커버린 K팝 시장 앞에서 두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 그리고 과거의 훈장에 안주하지 않고 기꺼이 짠물을 들이켜며 다시 출발선에 서겠다는 ‘겸손함’이야말로 방탄소년단만이 쓸 수 있는 대체 불가한 서사다.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고 새 바다를 개척하기 위해 나침반을 쥔 방탄소년단의 위대한 2막(Chapter 2)은, 지난 21일 광화문의 밤바다 위에서 비로소 찬란하게 닻을 올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