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박소담과 박해미가 故 이순재를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12일 방송된 KBS2 ‘셀럽병사의 비밀’에는 박소담과 박해미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생전 이순재와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후배 배우들이다.

2020년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이순재와 호흡을 맞췄던 박소담은 등장부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오래 전인데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조금 울컥한다. 울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도중 이순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결국 흔들렸다. 박소담은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니 벌써 위험하다. 도와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갑상선 유두암 투병을 이겨내고 복귀했던 박소담에게 이번 방송은 단순한 추모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생전 이순재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해미 역시 깊은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선생님의 영원한 며느리로서 최대한 많이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해미는 이순재가 지난해 드라마 ‘개소리’로 생애 첫 KBS 연기대상을 받은 사실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저 상이 첫 연기대상이라는 소식에 너무 화가 났다. 아무리 상복이 없으셨어도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은 배우 이순재의 긴 연기 인생도 함께 돌아봤다. 서울대 철학과 54학번 출신인 그는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드라마 ‘형사수첩’에서는 범인 역할만 33번 맡으며 악역 전문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첫 출연작부터 ‘중학생 성폭행범’ 역이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이순재는 무려 20년 가까이 무급에 가까운 환경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생계를 위해 아내가 분식집을 운영하며 가족을 책임졌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를 놓지 않았다. 상대 배우의 대사까지 모두 외우는 기억력은 업계에서도 유명했다. 박해미는 연극 ‘리어왕’ 당시 이순재가 2시간 넘는 독백을 단 한 번의 NG 없이 소화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노년의 시간은 피할 수 없었다. 이순재는 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 백내장 수술 후 시력 이상을 겪었고, 청력 저하로 보청기에 의존한 채 연기를 이어갔다. 매니저가 큰 소리로 읽어주는 대본을 외우며 촬영을 버텼다.

마지막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친 뒤에는 폐렴으로 입원했다. 의료진은 근감소증과 난청, 백내장, 폐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노인증후군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후배들을 먹먹하게 만든 건 병실 영상이었다. 입원 중이던 이순재는 섬망 증상 속에서도 연극 대사를 반복하며 연습을 이어갔다. 마지막까지도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선생님께서 ‘무대에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며 “이순재 선생님과 신구 선생님께서 늘 ‘너희와 이런 하루 보내고 집에 가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배우 이순재는 지난해 11월, 수많은 후배 배우들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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