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의 웃음소리 사라진 집

13억 원 투자, 남은 것은 빚과 이혼

수분양자들 “전주시 행정기관은 어디에 있었나”

무너진 가정들, 책임 규명 요구 확산

새로 취임하는 시장에게 거는 실날같은 기대

[스포츠서울 ㅣ 전주=고봉석 기자] 전주의 평범한 한 가정. 이 가정은 산산이 부서졌다.

2014년 결혼한 김민서(42세, 전북 완주군 소양면) 씨 부부는 두 딸( 큰딸 12세, 막내10세)을 키우며 전주시 송천동 포레나 상가에서 미래를 꿈꿨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었고, 노후 걱정 없이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부모의 도움과 부부의 땀으로 마련한 집.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선택한 상가 투자.그것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지금 “그 선택이 가족을 무너뜨리는 시작이 됐다”고 말한다.

2020년 모델하우스를 찾은 김 씨는 화려한 조감도와 미래 청사진에 희망을 품었다.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설명, 활성화된 상권과 안정적인 임대수익에 대한 기대는 평범한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실망으로 변해갔다.

상가 활성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수분양자들은 시행과 준공 과정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수분양자들은 해당 건축물의 용적률이 법적 기준인 500%를 초과했다는 의혹과 함께, 그 과정에서 행정기관이 적절한 감독과 검증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강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만약 위법 또는 부적정한 부분이 있었다면 행정기관은 이를 걸러내야 하는 최후의 안전장치였다”며 “왜 시민들이 먼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느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김 씨의 삶도 급격히 무너졌다.상가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금융 압박은 일상을 삼켜버렸다.통장은 압류됐고 카드 사용도 어려워졌다.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고, 가족 간 갈등도 깊어졌다.

결국 부부는 지난 24년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25년 10월경 이혼이라는 아픔을 맞았다.두 딸과 함께 웃으며 찍었던 가족사진은 이제 갈라진 유리처럼 깨진 현실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남게 됐다.

김 씨는 “상가 하나가 가족 전체를 무너뜨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와 노후를 준비하려 했던 것뿐”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누군가는 이 일을 단순한 투자 실패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삶 자체가 무너진 사건이었다”며 “상가를 분양받은 수많은 가정이 지금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경제적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수분양자들은 별거와 이혼, 우울증, 건강 악화,암투병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알고 싶습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리고 왜 그 책임은 평범한 시민들의 몫이 되었는지를 말입니다.”

그 질문은 지금도 한화 포레나 상가 곳곳에 남아 있는 수분양자들의 상처와 함께 계속되고 있다.

김민서 씨가 묻고 있는 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이 믿고 선택한 분양사업이 왜 수많은 가정의 눈물로 돌아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질문이다.

“포레나 상가보다 더 큰 문제는 무너진 가정이다. 텅 빈 상가보다 먼저 무너진 것은 수분양자들의 삶과 희망이었다.”

김 씨는 “만약 용적률 초과 등 위법성이 존재했다면 이를 사전에 검증하고 차단해야 할 책임은 행정기관에 있다” 며“허가와 준공 과정에서 전주시가 적극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건축법상 지하층이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해당 층 높이의 절반 이상이 지면 아래에 위치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상가는 실제 구조를 기준으로 할 경우 지상층으로 분류돼야 하며, 이를 반영하면 용적률이 기존 499.26%에서 554.08%로 증가해 지구단위계획상 허용 한도인 500%를 초과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수분양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사실상 용적률 규제를 회피한 채 건축허가가 이뤄졌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대장 작성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평거리 약 180m에 달하는 구조적으로 분리된 상가 공간을 하나의 동으로 묶어 등록함으로써 실제 건축물 현황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수분양자들은 전주시에 ▲용적률 초과 여부에 대한 전면 재조사 ▲위법 사실 확인 시 즉각적인 시정명령 ▲왜곡·부실 작성된 건축물대장 정정 ▲인허가 과정에 대한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수분양자 측은 “법적 기준에 따라 재검토할 경우 용적률 초과와 건축물대장 부실 작성 여부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며 “전주시는 관련 의혹에 대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7월1일 민선 9기가 시작된다. 수분양자들은 새로 취임하는 조지훈 시장에게도 거는 기대가 크다. 이는 새로 취임하는 시장의 개혁적 마인드와 시민을 우선 섬기는 철학이 담겨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ob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