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KIA 김기태 감독의 미소, 기대 이상의 5강에 화색?
[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KIA 김기태 감독이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KBO리그 NC와 홈 경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선수단 미팅을 소집한 뒤 노래 세 곡을 틀어 눈길을 끌었다.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오후 2시 경 젊은 내야수들이 특별 수비훈련을 시작했다. 40여 분 남짓 흐르자 선수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로 나왔다. 보통은 투수조와 야수조가 따로 훈련하는데, 이날 선수단 전체가 좌중간 펜스 근처에 모였다.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할 때에는 감독실에서 경기 구상을 하던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쪽으로 향했다. 김 감독은 5분 여 간 선수단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이 끝나고 김 감독이 더그아웃쪽으로 걸어오자 광주구장에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 감독이 즐겨듣던 애청곡이 메들리로 흘러 나왔다. 김 감독은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선수들 모두 상당히 혼란스럽고 안타까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가을캠프와 스프링캠프 때처럼, 선수단 전체가 대화도 나누고 함께 어울려 훈련하라고 했다. 그 때 들었던 음악도 틀어 분위기를 한 번 바꿔 보려한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오히려 ‘긍정의 힘’을 강조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공교롭게도 상대전적 4승 10패로 절대열세를 보이던 NC를 맞아 6회 터진 이범호, 김민우의 연속타자 홈런에 힘입어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에이스 양현종이 무너져 시름이 깊던 KIA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답답할 만큼 터지지 않던 타선이 홈런 두 방으로 깨어난 셈인데, 6.1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으로 NC 강타선을 꽁꽁 묶은 선발 조쉬 스틴슨이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때문에 김 감독이 음악으로 전하려던 메시지에 눈길이 모인다. DJ 김기태는 노래로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까.

[스포츠서울] KIA 김기태 감독이 선수단에 전한 첫 번째 메시지는 가수 윤태규가 2004년 부른 마이 웨이다&21745; 동영상 출처 = 유튜브

◇마이 웨이(My way, feat. 윤태규)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와 주저 앉을 수는 없어. 내가 가야하는 이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일어나 한 번 더 부딪혀 보는거야.”

첫 번째 노래는 윤태규가 2004년 발매한 마이 웨이다. LG 사령탑 시절인 2012년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탈락한 뒤 우연히 들은 노래였는데, 가사에 매료됐다. 마이웨이는 경쾌한 컨트리 록 풍의 리듬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한 마디로 목표를 정했으면, 시련이 닥쳐도 끊임없이 정진하자는 얘기다. 시즌 초반에는 두려움 없이 경기를 펼치다 어느새 포스트시즌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두려워 뒷걸음질 치는 듯한 선수들에게 말 대신 노래로 마음을 전한 것이다. A파트에 나오는 “처음에는 나에게도 두려움 없었지만, 어느새 겁많은 놈으로 변해 있었어”라는 말은, KIA의 현 상황을 꼬집는 듯 했다.

[스포츠서울] 김 감독은 개인이 아닌 팀의 힘으로 현 난관을 이겨내자는 뜻을 담아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두 번째 곡으로 선곡했다&21745; 동영상 출처 = 유튜브

◇혼자가 아닌 나(feat. 서영은)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눈물나게 아픈 날엔 크게 한 번만 소리를 질러봐, 내게 오려던 연약한 슬픔이 또 달아날 수 있게.”

마이 웨이가 끝나자 더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LG 감독으로 부임한 뒤 첫 번째 시련이 닥쳤을 때 김 감독을 지탱해준 노래다. 드라마 OST로 유명한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실제로 이 노래를 듣고 힘을 얻어 포기할 뻔 한 삶에 활력이 생겼다는 팬들이 많은 곡이다. 역시 메시지는 간단 명료하다. 힘이 들 때일수록 마움에 여유를 갖자는 의미다. ‘힘이 들 땐 하늘을 봐’라는 후렴구가 시작될 때 김 감독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해가 참 짧아졌네요”라며 껄껄 웃었다. 어려운 상황인만큼 개인이 아닌 팀으로 난관을 극복해내자는 김 감독의 간절함이 담긴 노랫말이 선수들의 귓전을 때렸다.

[스포츠서울] 마지막 곡은 짧고 명료한 메시지였다&21745; 고&36341;故&36597; 김광석의 일어나&21745; 동영상 출처 = 유튜브

◇일어나(feat. 故 김광석)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 처럼.”

마지막 메시지는 제목 자체로도 짧고 명확하게 전달됐다. 시대의 가객(歌客) 고 김광석의 일어나. 철학적인 노랫말들을 떠나 그냥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한 것이다. 김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는 뜻이다. 가을캠프,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이 얼마나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했나. 연습경기에서 매번 패해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 순간만큼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밝은 표정을 지어야만 몸의 기운이 솟아나 움직임과 생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생각들을 음악을 들으면서 떠올려 보라는 의미로 분위기를 바꿔 본 것”이라고 말했다. 입가에 그려진 미소처럼, 이날 만큼은 KIA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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