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홈런왕 경쟁 벌이는 박병호와 테임즈
[창원=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넥센 박병호(왼쪽)와 NC 에릭 테임즈는 팀 동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양팀의 타격훈련 때 스윙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박병호이고 테임즈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너는 오늘부터 정근우, 너는 최정이다. 그리고 너는 손아섭이다. 무조건 훔쳐내.”

kt 황병일 수석코치가 지난 4월 2군 감독에서 수석코치로 보직을 바꾼 뒤 신인급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다. ‘자기 것’을 갖추지 않은 젊은 선수들에게 지향점을 주고, ‘따라하기’를 시킨 것이다. 김진곤 김민혁 등 젊은 타자들은 황 수석코치가 지명한 선배들의 영상을 보고 또 봤다. 타격훈련 때에도 따라해야 할 선배들의 타격폼을 흉내냈고, 상대팀 타석에 해당 선배들이 들어서면 작은 동작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반짝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두산 정수빈이 작년에 넥센 서건창의 타격폼을 따라 하더라. 자기에게 맞으면 갖다 써야 한다. 훔쳤다는 표현이 거칠기는 하지만, 프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울 점이 있으면 선후배를 떠나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NC와 넥센의 타격훈련을 보면, 배팅 케이지에 있는 모든 선수가 에릭 테임즈이고 박병호다. 실제 경기 중에는 자기 타격폼으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테임즈와 박병호가 어떻게 리그를 지배하는 타자가 됐는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연구한다. 넥센이 팀 타율 3할을 넘어서면서도 대포군단으로 변신한 배경이나 NC가 주전 9명 모두 규정타석에 진입한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팀으로 거듭난 비결에 선수들을 자극한 간판 타자가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정수빈
[잠실=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두산 정수빈은 지난해 넥센 서건창의 타격폼을 흉내 내면서 타격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pandup@sportsseoul.com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경기를 보면서 류현진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 수술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지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불리는 클레이턴 커쇼, 잭 그레인키와 같은 팀이라는 점은 류현진이 향후 10년 이상 메이저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커쇼의 커브와 그레인키의 슬라이더뿐만 아니라 경기 운용법이나 타자와 승부할 때 마인드 등을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확인-시행-보완’의 단계를 지속적으로 거쳐야한다.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기 상황 등에 따라 변화무쌍한 종목이라 기술적으로 항상 완벽할 수 없다. 대신 성공했다면 실수하지 않기 위해, 실패했다면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든, 평범한 선수였든, 은퇴 후 코치나 해설자로 활동하는 ‘선배’들은 “경기 전 캐치볼이나 워밍업을 할 때 왜 의미없이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구가 불안한 투수라면, 캐치볼을 할 때부터 밸런스를 잡고 정확히 던지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캐치볼을 하면서 전력투구를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짧은 거리에서 제구가 안되는 구종을 정확하게 던지는 연습을 하면서 차츰 거리를 늘려가면, 아무 생각 없이 ‘공놀이’만 하는 것과는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배팅케이지에서 홈런더비를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실전에서 날아오는, 투수들의 살아있는 공은 배트 중심을 피해가기 위해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이런 공을 얼마나 강하고 정확하게 칠 것인지에 대해 타격훈련 때부터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생각을 갖고 임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경기 전 의례적으로 하는 훈련이니까 타격하는 것은 안해도 무방하다.

[SS포토]LG 박용택, 이번엔 1루 땅볼인데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 LG의 박용택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넥센과 경기 5회말 무사 1,2루서 1루 땅볼을 치고 있다. 박용택은 타격기술 향상을 위해 매일 메이저리그 전설들의 타격 영상과 씨름한다. shine@sportsseoul.com

LG 박용택이나 롯데 손아섭은 ‘야동광’이다. 틈 날 때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전설들의 타격폼을 동영상으로 지켜보며 자신에게 맞는 폼을 찾는다. 경기마다, 시즌마다 타격폼이 바뀌어도 3할을 쳐내는 비결이다.

프로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훔쳐라.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그림’을 얼마나 빨리 훔쳐내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성공의 지름길이다. 매커닉은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향상되기 마련이다. KBO리그가 질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다는 소리는 선수들 스스로 그만큼 기량발전을 게을리 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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