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WBC 대표팀 5일부터 ‘로드 투 마이애미’

2009년 이후 17년 만의 ‘2라운드 진출’ 기대

투구 교과서로 불리는 류현진 여전한 존재감

일정한 투구폼이 만든 릴리스포인트=칼제구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단연 류현진(39·한화)이다. 심리적으로나 기술면에서도 단연 리더였다. 베테랑인데도 가장 인상적이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후지카와 큐지 감독은 ‘끝판왕’ 오승환의 팀 메이트로 국내 팬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일본 대표팀에서도 마무리로 활약했고, 시카고 컵스를 통해 메이저리그도 경험한 한 레전드. 후지카와 감독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과 평가전(3-3 무) 직후 가장 인상적인 투수로 류현진을 꼽았다.

그는 “류현진은 내가 현역일 때부터 본 터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와 평가전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니 과연 베테랑이다 싶더라. 투구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한신과 평가전에 중간계투로 등판해 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속구는 시속 140㎞대 초반에 그쳤지만 커브와 슬라이더를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적절히 배합해 한신 타선을 꽁꽁 묶었다. 타이밍을 살짝 흐트러뜨리는 영리한 투구에 콘택트에 일가견 있는 일본 타자들도 연신 고개를 숙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도 한국을 파워랭킹 7위에 올리며 “마운드에서는 류현진이 향수를 자극할 만한 인물”이라고 꼽았다. 한국과 조별리그 C조에 함께 편성된 대만도 일본 못지 않게 ‘류현진의 등판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구위형 투수는 아니지만, 풍부한 경험과 ‘칼 제구’로 무장한 류현진은 여전한 ‘몬스터’로 평가받는다.

모든 야구팬 시선이 도쿄돔으로 쏠린다. 2009년 이후 17년 만에 미국에서 열릴 본선 라운드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5일부터 도쿄돔에서 ‘로두 투 마이애미’를 시작한다. 첫 상대인 체코를 가볍게 제압하고, 하루 휴식하며 일본·대만 전력을 탐색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체코전 승리를 따내야 두 팀 중 한 팀만 잡으면 전세기에 오를 확률이 수직상승한다. 선택과 집중은 2026 WBC 대표팀의 최대 과제다.

야구인 시선도 쏠릴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한 만큼 ‘이번에야 말로’를 외친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면, 어린 선수들의 첫 번째 목표가 ‘태극마크’로 바뀔 수도 있다. 우선 명예를 등에 업어야 부(富)가 따라오는 게 프로 선수의 숙명이다.

류현진은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아니 받아야 한다. 특히 어린 투수들은 ‘류현진 따라잡기’가 매우 중요하다. 류현진처럼 ‘일관성있는 투구폼’을 장착하는 게 명예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어서다.

KBO리그 투수들은 투구폼이 들쑥날쑥하다. 평가전이나 불펜투구만 봐도 ‘같은 폼으로 꾸준하게 던지는 투수’가 없다. “나이스볼!”을 외친 폼을 금세 잃어버린다.

투구수 10개 중 ‘똑같은 폼’으로 던지는 건 한두 번이 될까말까. 다리를 들고, 힘을 모으고, 내밀고, 디디고, 회전하고, 공을 채는 과정이 일정해야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를 가질 수 있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해야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

안타깝지만, KBO리그에서 ‘어떤 컨디션에서든 내 릴리스 포인트는 여기’라고 외칠 수 있는 투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선수마다 힘 쓰는 방법이 다르므로 코치진은 투수별 ‘최적의 밸런스’를 사진처럼 기억해야 한다. 불펜투구, 평가전, 시범경기 등을 치르며 ‘동일한 폼’을 체득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뒤에 서서 박수나 치고 있는 게 코치들의 역할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과정을 개막 전에 끝내야 하는데, 캠프 막바지에도 ‘자기 것’을 찾지 못한 투수가 수두룩하다.

KBO리그 수준이 떨어졌다, 투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래서 류현진이 새삼 더 위대해 보인다.

적어도 KBO리그 어린 투수들은 이번 WBC를 통해 세계 최고 선수들의 폼이 얼마나 일정한지 느꼈으면 한다. 일정한 폼은 ‘생각하는 훈련’과 ‘반복을 통한 메커닉의 체득’ 외에는 만들 수 없다는 것도.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