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통영=원성윤 기자] 인생은 끝없이 이어지는 낯선 길 위를 걷는 것과 같다. 때로는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달려야 할 때도 있지만, 기나긴 겨울을 지나 생명력이 움트는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의 풍경을 온전히 눈에 담아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 만물이 생동하는 올봄, 삶의 궤적에 아름다운 쉼표를 하나 찍기 위해 남해안의 대표 관광 도시 통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베이스캠프로 지난 30년간 통영을 상징하는 레저·휴양시설로 자리매김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봄날의 통영은 그 자체로 거대한 한 폭의 수채화다. 잔잔한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와 그 위로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풍광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무언의 위로를 건넨다. 전 객실이 오션뷰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마리나 리조트인 이곳에 짐을 풀고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얽매였던 일상의 무거운 짐들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따스한 봄날, 통영 여행의 백미는 단연 바다 위를 가르는 요트 투어다. 북적이는 인파와 웅장한 엔진 소리에 치이는 일반 유람선과는 차원이 다른, 프라이빗하고 우아한 낭만이 존재한다. 통영마리나리조트는 자체 선착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6월에 새로 들여온 최신형 요트 ‘발리 캣스페이스’를 운항한다. 이 요트에 몸을 싣는 순간, 마치 지중해 연안의 럭셔리 휴양지를 유유자적 항해하는 듯한 색다른 여행 경험이 펼쳐진다.
요트 데크에 앉아 한산도를 둘러보는 ‘한산대첩 접전지 투어’는 역사적 숭고함과 이국적인 여유를 동시에 선사한다. 압권은 하루가 저물어갈 즈음 나선 ‘선셋 요트 투어’다. 일반 유람선에서는 온전히 누리기 힘든 고요함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남해안의 석양을 마주하며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묵직한 시간은 봄날 요트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의 또 다른 깊이는 그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맛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데 있다. 통영 고유의 맛은 여행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통영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국보 ‘세병관(洗兵館)’의 탁 트인 넓은 마루에 앉아 조선 수군의 웅장한 기상을 느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발걸음을 돌려 지역 명물 ‘뚱보할매김밥’에 들러 충무김밥의 진수를 만났다. 정갈하게 포장해 온 충무김밥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객실 창가에 앉아 붉은 저녁 노을을 안주 삼아 베어 무는 맛은 소박하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통영의 밤은 ‘다찌’로 완성된다. 술을 시키면 해산물 안주가 끊임없이 나오는 통영 특유의 다찌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현지인이 추천한 ‘산뽀다찌’를 찾았다. 합리적인 가격(1인 4만 원)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지는 싱싱한 제철 해산물에서 짙은 바다 내음이 코끝을 진동한다.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도 통영의 푸짐한 인심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음 날 조식 역시 특별하다. 리조트 한식당에서 통영 굴 스페셜과 빼떼기죽, 충무김밥 등 지역 어가와 상생하는 ‘프리미엄 로컬 다이닝’으로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다. 이를 맛보고 나면, 통영이 왜 미식의 도시인지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미식으로 몸을 채웠다면 이제 통영의 화사한 봄길을 직접 걸어볼 차례다. 이순신공원에 들어서면 바다를 향해 늠름하게 선 17.3m 높이의 청동 장군 동상 너머로 한산대첩의 학익진이 펼쳐졌던 웅장한 바다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원을 따라 이어진 해안 산책로를 여유롭게 거닐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푸른 통영 바다와 그림처럼 떠 있는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심어진 온대성 야자수 종려나무는 남녘 바다 특유의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더한다. 눈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절경에, 사람들은 연신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이 눈부신 봄날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쁘다.
여행의 마지막 날, 통영의 짙은 푸른빛과 따스한 봄 햇살은 내 안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하나의 견고한 추억이 되었다. 여행자에게 안식을 선사해 온 통영마리나리조트는 과거의 명성에만 머물지 않고, 남부내륙철도 개통에 따른 통영 KTX 시대에 발맞춰 2029년까지 1400억 원을 투입해 신규 하이엔드 프리미엄 리조트를 신축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일을 향해 성장해 나가는 리조트의 든든한 모습에서,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네 인생의 지향점을 엿보게 된다. 다가오는 봄, 30년이라는 묵직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여행자들의 곁을 지켜온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의 품에 안겨 찰랑이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팍팍했던 마음이 윤슬처럼 빛나며 다시 힘차게 걸어나갈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여행은 그렇게 멈춤을 통해, 우리의 남은 인생을 더욱 눈부시게 다듬어가는 숭고한 과정이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