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설원 위에 새긴 지워지지 않을 금빛 이름. 밝은 미소의 스무살 김윤지. 그가 대한민국 바이애슬론 역사에 새로운 첫 페이지를 열었다.
김윤지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좌식 12.5㎞ 경기에서 38분00초0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금메달은 의미가 남다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대한민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금메달이다. 동시에 한국 여자 선수가 동계패럴림픽 개인 종목에서 따낸 최초의 금메달이다. 또 하나의 기록도 더해졌다. 해외에서 열린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이 획득한 첫 금메달이다.

극한의 체력과 집중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바이애슬론에서, 금메달까지의 과정도 인상적이다.
김윤지는 하루 전 열린 여자 스프린트 7.5㎞ 경기에서 사격 실수로 4위에 머물렀다. 메달 바로 아래에서 뼈아프게 멈췄다. 하지만 다음 날 열린 12.5㎞ 경기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보였다. 후반 사격에서 높은 적중률을 기록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김윤지는 태어날 때부터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안고 태어났다. 세 살 때 재활을 위해 시작한 수영이 운동의 출발이었다. 이후 재능을 보이며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얼굴에 구김살이 없는 김윤지는 여름엔 수영, 겨울에는 스키를 타는 선수다. 하계체전과 동계체전에서 모두 MVP를 받으며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노르딕스키는 2020년 중3학때 입문했고 빠르게 성장하며,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금메달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 지원 시스템의 성과다. 김윤지는 BDH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스포츠단 BDH 파라스 소속이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도 이 팀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김윤지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한 든든한 부모가 있다. 장애가 있으면 세상 밖이 아닌 방 안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김윤지 부모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삶으로 이끌었다.
장애는 흔히 ‘극복의 대상’이라고 비장하게 말한다. 잘못된 인식이다. 누구나 각자의 핸디캡이 있고 세상엔 그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김윤지는 패럴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우리가 봐야할 것은 김윤지를 포함한 선수들의 장애가 아니다. 그들이 오랜 기간 노력해서 보여준 경기력과 기록이다.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이후 8년 만에 값진 메달 소식이 전해졌다”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12.5km 좌식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김윤지 선수,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이번 우승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여름에는 수영을 하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며 계절과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이어온 김윤지 선수의 노력과 열정이 금빛 결실로 이어졌다”고 높게 평가했다.
바이애슬론의 새역사를 쓴 김윤지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러 종목에 더 출전할 예정이다. 다관왕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윤지의 도전이 계속되는 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가치’가 무엇인지 더 또렷하게 설원위에 새겨질 것이다. 스무살 김윤지의 플레이를 오래도록 응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