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배우 박성웅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1997년 ‘넘버3’, 한석규의 부하 중 한 명이었던 박성웅은 이제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다. 데뷔 10년 만에 MBC 드라마 ‘태양사신기’ 주무치와 KBS2 ‘제빵왕 김탁구‘ ‘각시탈’ 등 드라마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13년 영화 ‘신세계’로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의 뇌리에 확실하게 박았다. 올해에만 영화 ‘살인의뢰’, ‘무뢰한’, ‘오피스’ 그리고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쉴 틈없이 오갔던 그의 남은 2015년도 누구보다 바쁘다.
남들보다 더 긴 무명의 터널을 지나 비로소 ‘신세계’ 이중구로 대중앞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법대생에서 배우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지만 그는 “힘들었던 적은 있어도 후회한 적은 없다”며 “원래 다 이런 과정인 줄 알았다. 물론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겪는 모든 사람이 다 배우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필요조건처럼 무조건 겪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자신의 연기 인생을 바꾼 ‘신세계’ 역시 앞서 ‘황해’와 ‘범죄와의 전쟁’ 캐스팅이 무산되며 운명처럼은 다가온 기회였지만 그 과정도 쉽진 않았다. “촬영보다 캐스팅되는 게 더 힘들었다.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이중구 역할에 캐스팅된 것은 얼굴이 안 알려져서였다.”
|
‘신세계’ 이후 ‘찌라시:위험한 소문’ ‘역린’ ‘황제를 위하여’ ‘살인의뢰’ ‘무뢰한’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8월 막을 내린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를 통해 화려하게 안방극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매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워낙 ‘신세계’ 이중구의 이미지가 강해 그를 보고 캐스팅한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센 역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8월 개봉한 ‘오피스’에서는 형사 역을 맡았지만 액션이나 강한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오피스’ 인터뷰 당시 “형사 역할인데 액션신이 거의 없었다. 무술 감독 얼굴 못본 건 처음”이라면서, “힘을 뺀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이 제일 잘 하는 연기로 ‘코미디’를 꼽으며 “이제 조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다른 색깔의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바쁜 2015년을 보내는 있는 그는 최근 ‘검사외전’과 ‘해어화’의 촬영을 마쳤다. 두 영화의 촬영을 병행하기도 했다. “비슷한 캐릭터라면 힘들겠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재밌다. ‘해어화’선 일본 사람이라 한국말을 안한다. ‘검사외전’에서는 검사 역할인데 나쁜 놈은 아니지만 좋은 놈도 아닌 애매모호하다. ‘오피스’와 ‘신세계’의 중간 정도 캐릭터다. 그래서 재밌다.”
그는 또 다시 쉴 틈 없이 10월 초 크랭크인 예정인 ‘이와 손톱’에 출연한다. ‘이와 손톱’은 해방기, 약혼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쫓는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과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스릴러로 고수,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다.
|
박성웅은 자신의 출연작 ‘무뢰한’과 ‘오피스’가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지만 당시 바쁜 일정으로 레드카펫을 밟는 기회는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다. ‘오피스’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무뢰한’은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비록 칸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는 올해 스무살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무뢰한’과 ‘오피스’ 관련 행사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추자현과 함께 10일 열릴 예정인 폐막식 사회를 맡았다. 개막식은 송강호와 아프가니스탄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가 장식한데 이어 한국 배우를 대표해 이번 영화제의 뜻깊은 마지막을 고하게 됐다.
끝없는 박성웅의 도전은 이제 채널CGV ‘나도 영화 감독이다’ 시즌 2에서 영화 감독으로 이어진다. ‘나도 영화 감독이다’는 영화 제작 경험이 없는 배우가 직접 감독을 맡아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지난 6월 시즌 1을 방송했다. 박성웅과 ‘오피스’에서 호흡을 맞춘 고아성, 류현경, 박정민이 스태프로 출연하고 현재 출연배우 오디션을 진행중이다. 10월 중 페루에서 촬영 예정인 가운데 박성웅의 감독 데뷔는 11월 안방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hongsfil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