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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서울 최정식기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삼성생명은 여자프로농구의 강자로 군림했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3총사’가 있다. 박정은과 변연하, 그리고 이미선이었다. 이들 가운데 박정은은 은퇴해 코치로 변신했고, 변연하는 팀을 옮겼으며 이미선만이 여전히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서고 있다.
이제 강호의 이미지는 흐려졌고 이렇다 할 특급 선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현재 팀의 주축힌 세 명을 꼽는다면? 가드 박하나(26·176㎝)와 포워드 고아라(28·179㎝), 배혜윤(27·183㎝)이다. 이들 셋은 모두 다른 팀에서 이적해왔다. 기량 면에서 ‘원조 3총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하고, 고비를 넘기는 힘이 부족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들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 임근배 감독은 “팀의 중심이 되는, 그리고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들이 몸값만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24일 벌어진 KDB생명과의 홈경기에서는 배혜윤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박하나와 고아라는 40분간 풀 출장했지만 각각 8점과 7점에 그쳤다. 박하나는 리바운드를 7개나 잡아냈지만 공격에서는 3점슛을 하나도 넣지 못했고 2점 야투도 13개 시도에 3개 성공으로 성공율이 19%에 그쳤다. 고아라는 공격 시도 자체가 별로 없었다.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삼성생명에서 이들의 부진은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배혜윤이 박하나와 고아라의 득점 부족을 혼자서 메웠다.
힘찬 포스트업과 유연한 스텝으로 상대 골밑을 공략하고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득점과 자유투까지, 거의 혼자 힘으로 팀의 역전을 이끌었다. 삼성생명은 25점 7리바운드로 맹활약한 배혜윤 덕에 한때 18점차로 뒤지다가 69-66으로 승리를 거뒀다. 배혜윤의 활약이 의미있는 것은 삼성생명의 주전 외국인선수 키아 스톡스가 공격보다 수비에서 빛을 발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박하나와 고아라의 공격 페이스에 따라 팀의 승패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포스트에 자리잡은 배혜윤의 활약은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한 호재다.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을 세운 배혜윤은 “계속 뒤진 채 끌려가면서 ‘이대로 가면 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프타임 때 감독님께도 내 매치업 상대가 작은 선수였는데도 소극적이었다고 야단을 맞았다”고 밝혔다. 자각과 질책의 결과는? 그는 이날 승부처인 4쿼터에서 6개의 2점 야투를 100% 성공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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