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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포르투 홈구장인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내에 있는 구단용품샵에서 역대 유니폼을 복원해 판매하고 있다. 포르투 | 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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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시내에 있는 옛 홈구장 콘스티투이상. 지금은 유소년 구장으로 쓰인다. 포르투 | 김현기기자

[포르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축구 이상의 것들이 있었다.

포르투갈 강호 FC포르투는 공격수 석현준이 지난 1월 입단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선수를 키워 큰 이익을 내는 ‘거상’으로, 주제 무리뉴와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등 젊은 명장들을 앞세워 유럽을 호령한 명문으로 잘 알려진 포르투 구단이 석현준 입단과 함께 우리 눈 앞에 온 것이다. 며칠간 탐방한 FC포르투는 ‘거상’이나 ‘강호’라는 단어로만 설명될 수 없는 곳이었다. 연고도시 포르투가 1700년대부터 번성, 한 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역사를 간직하듯 FC포르투 역시 123년이란 긴 세월을 거치면서 켜켜이 쌓아온 역사를 구단과 도시 곳곳에 품고 있었다.

포르투 역사를 가장 함축적으로 모아놓은 곳이 바로 홈구장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안에 있는 ‘FC포르투 박물관’이다. 무리뉴와 빌라스-보아스 동상을 필두로 펼쳐지는 박물관은 12유로(1만6000원) 표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수많은 구단 사료와 영광의 순간을 간직하고 있다. FC포르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 와인’ 판매업자 안토니우 니콜라우 데 알메이다가 영국을 여행하면서 축구에 매력을 느껴 1893년 창단된 구단이다. 박물관엔 그가 창단 후 첫 경기를 리스보아넨세와 갖기 위해 편지 쓰던 모습이 석고로 재현된 것을 비롯 두 팀 경기를 보도한 신문이나 각종 유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후 구단의 각종 발전사를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고, 1987년과 2004년 두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 감격은 구단 우승 버스 복원 등을 통해 크게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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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박물관에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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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포르투 구단 우승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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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버스를 복원한 모습

박물관은 FC포르투가 축구만 하는 구단이 아니라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FC포르투는 스포츠광이었던 알메이다 창립자의 뜻을 기려 크리켓 야구 사이클 육상 유도 농구 핸드볼 수영 등 30여개 스포츠를 소화했고, 지금도 많은 종목들이 이스타디우 드라강 옆에 있는 실내체육관 등을 통해 이뤄진다. 구단 미디어 담당관으로 일하는 다이아나 폰데는 “박물관이 7년 전 열렸는데 연간 4만명이 다녀갈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축구 만큼이나 중요한 게 구단 역사”라고 했다. 박물관 옆 구단 머천다이징 매장에도 1900년대 초 구단 첫 유니폼을 비롯해 지금 유니폼까지 7개를 나열, 팬들이 옛 향수를 되새기며 돈을 지불하도록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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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있는 구단 창단 경기 관련 자료도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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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생 석현준의 데이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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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있는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의 라커룸 작전 지시 내용

포르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유명한 관광지다. 그 속에서 포르투 구단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념품점엔 FC포르투를 알리는 머플러와 유니폼 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떠나 즐비하게 걸려 있다. 시내 중심에도 구단의 히스토리 마케팅을 엿볼 수 있다. 유스팀 트레이닝센터로 활용되는 비탈리 파크가 그렇다. 이 곳은 무려 103년 전인 1913년 완공되어 1952년까지 39년간 1군 홈구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어린 선수들이 구단의 역사를 느끼면서 축구를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셈이다.

감동 없는 우승, 역사 없는 구단은 적어도 FC포르투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축구가 아니라 히스토리를 팔고 있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