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정말 사랑받는 것 같아 좋아요.”

배우 하지원이 최근 개봉한 영화 ‘목숨 건 연애’(송민규 감독)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목숨 건 연애’는 이태원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직접 파헤치겠다고 나선 추리소설작가 한제인(하지원 분)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물. 몸개그에 가까운 코믹연기로 몸을 내던진 하지원의 연기에 “역시 하지원!”이라는 감탄사가 나오는데, 여유가 묻어나는 웃음 뒤에는 하지원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었다.

여느 때보다 표정이 밝아 이유가 궁금했다. 영화의 분위기나 캐릭터에 심취해 그런 것일까. 하지원은 “상대배우와의 말랑말랑한 로맨스가 오랜만이라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 “(SBS) ‘시크릿가든’ 때도 그랬고, 사랑받는 역할을 하면 정말 사랑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내 마음도 따뜻해지고, 그런 기운이 남아서 그런가보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오랜 남자사람친구(천정명 분)와 완벽한 이상형(진백림 분)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하지원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영화니까 이상형도 나타나는거다. ‘헉, 내 이상형이야!’ 하며 한 눈에 반하는 순간은 없지 않을까”하고 반문했다. 뒤이어 “남사친(남자사람친구)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지도 않을 것 같다. 처음부터 호감이 생기는 사람만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매 작품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하지원이라도 여배우인데, 예쁨을 포기하고 망가지는 연기를 하는데 주저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하지원은 “이미 대본에 보면 슬랩스틱 같은 코미디 장면이 나온다. 그런 게 흔하지 않아서 오히려 내게는 신선했고, 이걸 해야하나 고민스러운 건 없었다”고 했다.

또, “감독님도 내 연기를 보며 정말 많이 웃더라. 난 일부러 웃기려 한게 아니라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감독님이 ‘좋다 좋다’ 해주니까 더 하게 되더라. 내가 칭찬을 좋아한다. 내가 편안하게 연기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하지원이 이번 영화에서 펼친 코믹연기의 원동력은 감독의 칭찬이었나보다.

그렇다고 힘든 게 전혀 없었을까. 그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냥 나는 그날의 스트레스는 그날 다 풀고 자는 편이다. 너무 고민하거나 아프면 늙는다. 아프지 않으려고 평상시에 관리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또, “어떤 작품이든 어떤 일이든 내가 미리 체크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꼼꼼히 체크한다. 우왕좌왕하면 내 기분이 상하니까 내가 미리 챙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건 체크 못한 내 책임도 있으니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축 쳐진 마음을 일으키는 특단의 비책도 있다. “초콜릿을 정말 좋아한다”는 하지원은 “현장에 항상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 같은 걸 가지고 나간다. 힘든 촬영이 예고될 것 같으면 초콜릿을 먹으며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말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보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에서 가명으로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의 배역명이었던 길라임을 썼다는 이슈가 불거졌을 때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하지원은 “뉴스가 나오고 이틀 뒤 영화 행사로 공식석상에 서야했다. 원래 기사도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어서 미리 체크를 해보니 ‘하지원 길라임 논란 직접 입 열까’ 이런 기사들이 많았다. ‘아 내가 어떤 얘기를 하길 바라는구나’ 싶었고, 소신있게 말하면 좋겠다 생각을 해서 나갔는데 예상대로 질문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기대하는 바를 잘 알고 나서니 작품 안팎에서 모두 호감을 높이는 하지원이다.

일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던 하지원은 “평소 친한 친구들과 영화 아이템을 많이 이야기한다”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영화 제작도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욕심대로 영화를 만들고, 상대배우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캐스팅에 어떤 영화가 될까. ‘발리에서 생긴 일’, ‘형사’, ‘시크릿 가든’에서 각각 조인성, 강동원, 현빈과 호흡한 바 있는 하지원은 “조인성, 강동원, 현빈씨와 다시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 세 사람과 한 작품에 나오고, 이들이 다 나를 좋아하는 영화는 어떨까”하며 즐거운 상상을 하더니 이내 “미안하다 얘들아~”하며 깔깔 웃었다.

이렇게 농담을 하다가도 하지원은 “안해본 연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고 아름답게 연기하고 싶다”며 바람을 밝혔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한 하지원이 안해본 연기도 있을까. 그는 “캐릭터적인 역할은 많이 해봤지만, 정말 사람 같은 역할은 안 해봤다. 전작인 영화 ‘허삼관’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나왔을 때 메이크업도 안하고 삶 속에 녹아든 모습을 보여주니까 많은 분들이 좋았다고 하더라. 그때보다 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삶의 희로애락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