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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K리그 클래식 서울의 만능 측면요원인 고광민(29)이 돌연 입대했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국군체육부대나 경찰청을 선택하는 것과는 달리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입대와 공익 근무의 이유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고광민은 2016년이 저물던 지난달 29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통상 공익근무로 표현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향후 24개월 동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고광민은 병역판정검사 즉 신체검사에서 4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있고 3급 이상의 판정을 받으면 현역병으로 입영하게 되지만 4급은 보충역에 해당한다. 4주간의 군사교육소집을 거친 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및 사회복지,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 업무나 행정업무의 지원을 맡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게 된다. 구단 관계자는 “어깨 탈골이 심했고 습관성 탈구 증상이 있어 고생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축구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고광민도 남모를 불편함을 안고 있었다. 입대 시기를 최대한 늦췄지만 올해 한국 나이 서른이 된 터라 입대시기를 더 미루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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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이 최근 몇년 사이 서울의 핵심요원으로 발돋움한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러운 입대가 안타까울만하다. 아주대를 거쳐 지난 2011년 서울에 입단한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경기 출전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2015년 서울의 FA컵 우승,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우승의 대업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고광민이었다. 어릴 적에는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그는 서울에서 주로 오른쪽 측면 수비를 맡았다. 하지만 공격수 출신답게 과감한 오버랩과 돌파를 바탕으로 왼쪽도 능히 소화해낼 수 있는 데다 경우에 따라 공격 2선요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만큼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고광민이 버틴 덕분에 서울은 최용수 감독 시절의 스리백과 황선홍 감독의 포백을 넘나드는 와중에도 측면수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지난해 그는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도 돌파했고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연말 K리그 시상식장에서는 프로인생 처음으로 베스트11 수비부문 상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다. 서울 구단도 이제서야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한 고광민의 입대를 아쉬워했다. 지난 3일 신광훈을 영입하며 오른쪽 수비수 자리를 보강했다.
신체등급이 6급이면 병역을 면제받는다. 4급인 고광민이 병역을 면제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려들지 않고 당당히 입영을 택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동안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만큼 퇴근 이후 K3리그 팀 등에서 운동을 이어가게 될 전망이다. 과거에도 프로축구 선수들이 병역을 이행하며 축구의 끈을 놓지 않고 운동을 했던 사례들이 더러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성품이 순수하고 정직한 선수”라고 고광민의 평소 성격을 설명하며 “성실한 선수인 만큼 군 복무 이후에도 자신의 몫을 해내며 활약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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