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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위 비결이요? 선수들이 축구에 미쳐 있어요.”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를 12년 만에 정규리그 선두로 이끈 윤정환(45) 감독에게서 들뜬 마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윤 감독은 3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세레소 오사카의 제2 전성기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시즌 J2리그(2부)에서 1부로 승격한 세레소 오사카는 2일 J리그 17라운드 FC도쿄와 경기에서 3-1로 이기면서 10승5무2패(승점 35)를 기록, 가시와 레이솔(승점 34)을 제치고 시즌 첫 선두로 올라섰다. 세레소 오사카가 J리그 선두에 오른 건 2005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세레소 오사카는 올 시즌 1부 잔류가 현실적인 목표였다.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지만 윤 감독 부임과 함께 승격에 성공하자마자 순항하고 있는 것이다.
윤 감독은 이미 J리그에서 성공을 경험해 본 지도자다. 2011년 J2리그 사간도스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사간도스를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부로 승격시킨데 이어 2014년엔 1부리그 선두로 도약시키는 등 호성적을 거뒀다. 2015~2016년에는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를 이끌며 국내에서 처음 감독 생활을 한 윤 감독은 올 초 자신이 2000~2002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친정팀 세레소 오사카에 감독으로 부임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전반기 1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쓰며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 세레소 오사카가 12년 만에 1부 1위에 올랐는데.나도 어제(2일) 경기를 마치고 처음 알게 됐다. 부임한 뒤 선수들과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솔직히 첫 시즌부터 이 정도까지 잘하리라고 보진 않았다.
- 팀 내 어린 선수도 많고 개막 직전 큰 투자를 한 것도 아니다. 기대 이상 성적의 원동력은.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참 많다. 다만 정신적으로 약했다. 동계전지훈련서부터 그 부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의지가 단단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잔류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1부에서도 잘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베테랑부터 어린 선수까지 경쟁 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 리그 외에 컵대회에서는 2군 선수들이 뛰는데 5승 2무 무패를 달리고 있다. 즉 1, 2군 선수들이 모두 잘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시하지 않아도 훈련 외에 개인 훈련을 하려고 한다. 막말로 축구에 정말 미쳐 있다.
- 세레소 오사카가 윤 감독을 데려온 이유 중 하나가 선수로 팀을 경험해본 만큼 팀 정신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인데.팀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 구단에서 (나를 데려오면서부터) 그런 믿음을 주다 보니 선수들이 더 잘 따라오는 게 있다. 팀 미팅 때도 잘 통하고 하나 된 마음을 느낀다. 앞서 말했듯이 선수들의 의욕이 넘친다. 조금이라도 공을 더 차고 싶어 한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 눈빛을 보면 ‘반드시 오늘 뛰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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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야마무라 가즈야를 공격수로 변신시켰는데 7골(득점 공동 2위)로 맹활약 중이다.
공격적인 성향이 있어서 올려서 활용했다. 대활약하고 있다. 경기 중 상황에 따라 수비 역할을 맡길 때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코치진에 대해 더 큰 믿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조금이라도 선수의 특징을 발견하면 더 맞는 위치에 쓰려고 노력한다.
- 전반기까지 최다득점 2위(33골), 최소 실점 공동 3위(15골)다. 공·수 안정이 돋보이는데. 울산 시절 축구와 비교한다면.축구 철학은 울산 시절과 같다. 수비에 힘을 두면서 공격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다만 한국에선 내가 지도자 경험도 없었고 선수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1년 차 때보다 2년 차 때 성적을 잘 낼 수 있었던 이유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이곳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잘 받아들이고 있다.
(K리그 인천 출신 요니치도 맹활약인데)수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고 세트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해서 벌써 4골이나 넣었다. 팀이 공수에서 잘 되다 보니 영입 효과를 더 발휘하는 것 같다.
- 한국 선수들의 J리그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데.국내 경기도 좋지 않고 중국 (슈퍼리그 외국인 쿼터 제한)의 영향도 있지 않은가. 선수 뿐 아니라 에이전트도 J리그로 유도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쉽게 생각하고 오는 건 위험하다. 외국인 선수로 뛰는 건 어느 리그에서나 어려운 것이어서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만 넘어온 선수들이 잘하면 후배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니까 의미는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경기를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것이다.
- 올 시즌 목표는.아직 갈 길이 멀다. 선두에 올랐지만 크게 기뻐할 여유는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일정이 빡빡한데 방심하지 않고 세레소 오사카의 새로운 역사를 위해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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