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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는 올해 데뷔 15년째를 맞이했다. 유행의 주기가 그 어느 장르보다 빠른 힙합씬에서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정상의 위치를 이어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에픽하이 멤버들은 롱런의 키워드로 ‘가족’을 꼽았다. 멤버들이 가족처럼 친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의미였다.

에픽하이는 정규 9집 ‘위브 돈 섬싱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으로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차트 1, 2위에 오른 더블 타이틀곡 ‘연애소설’과 ‘빈차’를 비롯해 앨범에 수록된 11곡 대부분이 상위권에 올라 음악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에픽하이 멤버들의 표정은 밝았다. 타블로는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 했다”며 “한곡 한곡 최선을 다했다고 얘기할 수 있기 전까지 앨범을 내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새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축복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8집 ‘신발장’이 나온 뒤에도 이번처럼 큰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 투컷이 담담하게 ‘다음에 또 음악할 기회가 생겼네’라고 얘기했다”며 “오늘도 투컷이 똑같은 말을 했다. 나 역시 한번 더 음악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에픽하이 멤버 모두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멤버들은 “유부남팀 에픽하이의 음악 장르는 아재힙합”이라며 웃었다. ‘아재힙합’이란 장르에 대해 타블로는 “멤버들이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애써 어려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우리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중 현재 유행을 주도하는 젊은 분도 있지만 우리 가사에서만큼은 있는 그대로를 보이고자 했다”라며 “‘아저씨’라는 단어가 나쁘진 않은 거 같다. 우리에게 딱 맞는 단어다. 원빈 같은 아저씨 되고 싶지만 그건 원빈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15년째 팀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타블로는 “다이나믹 듀오(다듀)도 롱런 중이다. 비결은 간단하다. 둘이 친구이기 때문이다. 다툴 때가 있더라도 사실 둘이 사랑하는 것이다. 가족같은 사이, 친구 같은 사이는 롱런 할 수밖에 없다. 우리팀은 멤버 셋이 한살 터울 연년생들이지만 우리끼린 형동생이 없다. 확실한 건 내가 제일 나이가 많지만 다른 둘이 나를 형으로 생각 안 하고, 친구, 가족처럼 산다.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니 헤어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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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듣던 투컷과 미쓰라가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면 나이상 이득이니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타블로는 “진짜 우리가 롱런하는 이유는, 우리 셋은 함께 있어야 뭐라도 되는 애들이라는 점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이나 팀은 각자 유닛 활동도 잘만 하던데 우리 셋은 함께 해야 그나마 좋은 결과가 나온다. 따로할 때는 별로 뭐가 없다. 그래서 롱런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에픽하이는 디지털 싱글이 아니라 앨범 출시를 고집하는 흔치 않는 팀이다. 미쓰라는 “앨범을 듣고 자란 세대이다보니 그런게 학습돼 있다. 음악을 발표할 때는 앨범이 이상적인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싱글을 한 곡 발표하는 건 무섭다”고 말했다. 투컷은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에게 엄격해진다. 스스로 만드는 것들에 엄격하다. 예전에 ‘이 정도면 됐지’ 하던 기준이 올라간다. 그러나 고통스럽다기 보다는 즐거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픽하이 정규 9집에는 ‘연애소설’과 ‘빈차’를 비롯해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노땡큐’, ‘히어 컴 더 리그렛츠’(HERE COME THE REGRETS), ‘상실의 순기능’, ‘블리드’(BLEED), ‘테이프 2002년 7월28일’, ‘어른 즈음에’, ‘개화’(開花), ‘문배동 단골집’ 등 11곡이 수록됐다.

앨범에는 아이유, 오혁, 크러쉬, 악동뮤지션 수현, 넬 김종완, 위너 송민호, 사이먼 도미닉, 더콰이엇, 이하이 등 내로라 하는 뮤지션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에픽하이의 컴백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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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