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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이연희는 지난 2001년 제2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 대상 수상을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해 올해 17년차다. 하지만 데뷔초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었고, 지금까지 그런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에서 이연희는 프랑스 여행 가이드 윤소소 역할을 맡아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생캐릭터’를 얻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이연희는 2년여 전 ‘더 패키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본인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슬럼프를 겪었음을 토로했다. 결국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에만 몰입하기보다, 전체 작품에 어우러지는 방법에 눈을 뜨며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더 패키지’로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시청자가 힐링됐으면 좋겠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SNS 등을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데, 자신에게 집중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 관계, 사랑과 인연에 대해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끝난 뒤 많이 사랑해준 분들이 ‘힐링 드라마’라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이번 작품으로 그동안 ‘연기력 논란’이 사라지는 것 같다.지금은 그런 반응에 연연하지 않는다. 드라마 속 주인공 윤소소로 살면서 그 연기를 통해 전체 드라마에 어떻게 어우러지나를 생각했다. 내 연기만 봐달라고 집중하기 보다, 작품 전체를 먼저 봐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젠 연기 하면서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본인 연기보다 드라마 전체를 생각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어릴 때 일을 시작했다. 낯을 많이 가리고 내 것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준비하는 시간만 있고 다른 이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없었다.
이번 작품 ‘더 패키지’를 준비하기 시작한 2년전부터 변했다. 주연 역할을 하면서 책임감을 느꼈다. 현장에서 내 대본에만 집중할 수 없겠더라. 스태프나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을 챙겨야 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게 변한 것 같다.
사실 불안하긴 했다. 다른 이들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선 내가 현장에서 어우려졌을 때 전체적인 드라마 흐름이 더 조화롭게 보인다는 반응이 있었다. ‘연기라는 게 이런건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더 패키지’가 연기관을 바꾸게 해준 작품이다.
-본인에겐 배우로서 성장의 계기가 된 작품이라는 의미인데.어릴 때는 두렵고, 안좋은 반응에 연연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 이제는 부정적 반응에 연연하기보다 현장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게 맞는건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쉽기도 하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이제 사람 대하는 데도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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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초반 부족한 연기력 탓에 ‘연기력 논란’이란 꼬리표가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어떻게 이겨냈나.
좋아서 시작했던 연기이지만 잘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잘하는 방법을 알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 알더라도 바로 몸이 터득해 그게 구현되는 것도 아니었다.
사극 ‘화정’을 마치고 ‘더 패키지’ 사전 제작에 들어가기 전 ‘나한테 재능이 없나’, ‘좋아서만 하는 건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는 시기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등을 깊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힘든 시기에 교회를 다니는 등 과정을 거쳐 얻은 깨달음은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니 감사함이 생겼다. 아직 나를 불러주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고,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대한 감사함이 커졌다.
-다음 작품과 연기가 기대된다.작품을 고를 땐 우선 대본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나는 시나리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번째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인지를 본다. 내가 공감을 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공감을 할 때 하고 싶은 역할이 되는 것 같다.
-연기자로서 듣고 싶은 말은.‘사람답다’. ‘인간적으로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내가 예능 출연도 많이 안하고, 아무래도 시청자 입장에서 가까운 옆집 언니같은 사람은 아니다. 다가가기 힘든 연예인으로 보는 것 같다.
이제는 친구 같으면서도 옆집 언니처럼 다가가는 배우로 비춰지고 싶다. 그러려면 노력해야 한다. 예능도 기회가 생기면 출연하려 한다.평소에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잘 챙겨본다. 잘하는건 아닌데 관심이 있다.
-악역을 맡는 걸 못 본 거 같다.한번 쯤은 악역 느낌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 누군가 미워하지만 왜 미워하는지 이해가 가고, 상처가 있어 누군가를 미워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유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
-2001년 연예계에 데뷔했는데 스캔들이 없다.일을 너무 많이 했나?(웃음) 연애를 안 한건 아니다. 이상형은 종교가 같아야 하고,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이야기거리가 끊이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monami153@sportsseoul.com
<배우 이연희가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