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대한민국 봅슬레이 4인승, 환희의 미소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이 25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시상식장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홈트랙의 이점은 기록을 높이는 게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것에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 썰매의 역사를 새로 쓴 무대였다. 한국 썰매 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스켈레톤 남자), 은메달 1개(봅슬레이 4인승)를 획득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이에 대해 “홈트랙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감독은 26일 강릉 올림픽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진행된 선수단 해단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썰매 종목 호성적을 거둔 원동력을 두고 다각도에서 설명했다.

사실 올 시즌 월드컵서부터 랭킹 1위를 놓치지 않은 스켈레톤 윤성빈의 금메달도 기뻤지만 비관심 종목이었던 봅슬레이 4인승(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의 은빛 레이스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조심스럽게 이들의 메달을 점쳤다. 지난달 31일 올림픽 직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오히려 (봅슬레이는) 2인승보다 4인승이 더 기대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내지 못한 종목이어서 취재진을 어리둥절하게 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올시즌 원윤종, 서영우가 월드컵 초반부터 부진에 빠지자 이 감독은 고심 끝에 나머지 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평창으로 이동해 훈련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홈트랙 이점을 최대한 살리자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2인승 팀 김동현-전정린 조도 함께 평창으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4인승 훈련으로 이어졌다. 호흡이 척척 맞았고 스타트서부터 모든 기록이 나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스타트 구간에서부터 16개 커브 구간을 하나하나 파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까지 총동원됐다. 이 감독은 “4인승은 4명이 타기 때문에 가장 속도를 많이 낼 수 있는 지점에서 탑승하는 게 필요하다. (경기장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는) 1번 코너부터 바로 꺾이는 구간이다. 즉 스타트에서 많이 뛰면 많이 뛸수록 나중에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에서 0.05초가 덜 나오더라도 속도를 내는 게 효율적이라고 여겼다. 썰매 종목은 스타트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하지만 (코너 구간이 짧은) 경기장 특성을 고려해서 스타트를 조금 줄이더라도 속도를 잡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4명의 선수별로 달리는 거리를 측정해 조기에 탑승하는 훈련을 했다. 또 구간마다 10개 또는 20개의 속도 측정기를 설치했다. 파일럿 원윤종과 함께 0.01초까지 속도를 죽이지 않고 가속을 내는 드라이빙 기술을 터득했다. 이 감독은 “캐나다가 스타트 구간에서 트랙 레코드를 세웠으나 결국 5번 코너를 지나면서 우리에게 잡혔다”며 전략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고 했다.

이러한 연구는 윤성빈의 스켈레톤에도 도움이 됐다. 이용 감독은 “윤성빈이 (마의 코스로 불리는) 9번을 나올 때 높이 타서 얼음 벽에 충돌하더라도 빨리 갈 것이냐, 충돌하지 않고 좌우로 흔들리면서 갈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다. 결국 높이 타서 한 번에 떨어지는 것을 선택했다. 다른 선수들은 높이 타면 충돌할까봐 낮게 오른쪽 벽에 붙어서 탄다. 그러나 윤성빈은 한 번도 오른쪽에 붙지 않고 쭉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홈트랙이 아니었다면 이런 모험적인 승부를 걸 이유가 없었다. 전략이 들어맞는 건 오로지 훈련의 결과다. 홈 트랙 이점은 이처럼 기록을 내려는 게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훈련”이라고 밝힌 뒤 “썰매는 4년 뒤에 더 좋은 장비, 러너가 등장하면서 기록이 경신될 것이다. 우리도 투자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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