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의 '욱일기 논란'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졌다. 스티븐 연이 해당 논란에 대해 2차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오늘(14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국내에서 욱일기 사용 금지를 국회에 제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지난 13일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자는 "이번에 스티븐 연 사건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욱일기와 관련된 사건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라며 "욱일기는 일본의 전범기로서 우리나라에게는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하는 물건이자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이 히켄드로이츠를 금지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욱일기를 금지하는 법안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잡기위해 욱일기의 국내 사용 금지를 제안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공중파 방송에서 이런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은 세월호 유족에 대한 조롱일 뿐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조롱이며, 나아가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국정 주요 현안과 관련해 30일 기간 중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이 청원 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스티븐 연은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메이햄'을 연출한 조 린치 감독의 SNS 욱일기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논란이 됐다.


해당 게시물을 발견한 네티즌들은 스티븐 연에게 비난을 쏟아냈고, 논란이 커지자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 진화에 나섰다.


스티븐 연은 이날 "최근 제 동료의 어린 시절 사진과 관련,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를 만들었다. 저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저 역시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영문으로 작성한 해명글도 남겼다. 그는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엄지선가락으로 스와이프(페이지 넘기기) 한 번, 엉뚱한 곳에 도착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을 스크롤 한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속 세상은 허술하다. 불완전한 플랫폼을 이용해 우리를 표현한단 점이 슬프다"고 표현했다. 한국어로 남긴 '사과문'에 해당하는 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글로 사과가 아닌, '호소' 또는, '해명' 등에 가까워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2차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최근에 제가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어린 시절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저의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의 실수, 특히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상징에 대한 부주의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깊게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팬 분들의 걱정스러운 메시지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한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고, 제가 처음에 급하게 올린 사과문이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립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고 했다.


스티븐 연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욱일기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스티븐 연이 해당 논란을 깨끗하게 종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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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배우근기자 kenny@sportssoeul.com,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조 린치, 스티븐 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