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로고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내린 과징금부과 및 시정명령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이란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사업자(ISP)와 망 사용료 지불협상에 앞서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방통위가 지난 3월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고 판단해 내린 과징금 3억9600만원 부과 등의 징계에 불복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지난 18일 집행정지 인용을 결정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가장 중요한 입장인데, 고의로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했다는 방통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경로 변경 당시 네트워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 것은 절대 페이스북의 의도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통위가 내린 ‘임의로 접속경로 변경’ 판단에 정면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용자에게 서비스 지연이나 불편이 없도록 최적의 서비스 제공이란 페이스북의 핵심 미션에 역행하는 행위는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페이스북의 행정소송에 대해 국내 IT·통신업계는 자칫 제2, 제3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사업자에 이 같은 행위를 용인하는 판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망 사용료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방통위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표면적으로는 페이스북이 일부러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겠지만 이는 페이스북의 의도와 다른 해외사업자도 이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판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다른 해외사업자가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대가를 통신사업자들이 제시했을 때 페이스북과 같은 행동을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는 결과”라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이번 판결에 따라 해외사업자들이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업계도 결과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일부러 이용자 불편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며 억울해하는 모양새지만, 그동안 이용자를 볼모로 국내 통신사와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불리한 상황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단순 변명을 넘어 합당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한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국내 ISP들을 포함한 전 세계 수많은 협력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하고 있다”며 “망 사용료 협상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KT에 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하며 망 사용료를 지급해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망 사용료를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두 통신업체 이용자들이 해외 서버로 우회하도록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