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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는 사실상 전반기와 후반기가 판이하게 다르게 흘러간다. 전반기까지는 30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며 전력을 다하지만 올스타브레이크를 기점으로 ‘계속 달리는 팀’과 ‘멈추는 팀’이 뚜렷히 갈라진다. 전자는 7월 31일 논웨이버 트레이드, 8월 31일 웨이버 트레이드를 통해 꾸준히 전력 업그레이드를 꾀한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보고 마이너리그에 있는 유망주를 포기한다. 후자는 반대다. 즉시 전력감을 ‘계속 달리는 팀’에 보내고 유망주를 받는다. 미래를 얻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이다.
토론토 오승환(36)이 ‘계속 달리는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29일(한국시간)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구원투수 7명을 꼽았고 오승환도 여기에 포함됐다. 케빈 에레라(캔자스시티), 블레이크 트레이넨(오클랜드), 잭 브리튼(볼티모어), 리차드 블레이어(볼티모어), 브래드 핸드(샌디에이고), 레이셀 이글레시아스(신시내티)와 함께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팀으로 이적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ESPN은 오승환을 두고 “몇가지 문제를 겪었던 지난해 부진에서 탈출했다. 올시즌 오직 6개의 볼넷만 허용하며 탈삼진 24개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2.08”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토는 29일 현재 25승 29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에 머물러 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이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즌 구도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토론토가 치고 올라갈 틈이 없다. 와일드카드 2장 중 한 장을 노릴수도 있지만 현재 와일드카드 2위 시애틀이 33승 20패로 만만치 않게 달리고 있다. EPSN이 오승환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는 이유도 토론토가 올시즌을 전력질주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토론토는 시즌 중반 유망주를 얻기 위해 즉시전력감을 트레이드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오승환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일이다. 프로 입단 후 단 한 번도 시즌 중 유니폼이 바뀌는 일을 경험해보지는 않았으나 가장 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ML 포스트시즌은 전세계 야구팬의 시선이 집중되며 상대팀의 전력분석도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미일 포스트시즌을 모두 뛰어보는 흔치 않은 경험은 오승환 커리어에도 굵직하게 남는다. 공을 던진 날보다 던질 날이 적은 오승환에게 ML 포스트시즌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무대다.
물론 승리하는 팀으로 이적하기 위해선 꾸준해야 한다. 오승환은 ML 첫 해였던 2016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후 트레이드 시장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계약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던 세인트루이스가 불펜진 보강이 필요한 팀에 오승환을 매물로 내놨다는 루머가 돌았다. 만일 오승환이 2017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갔고 세인트루이스가 후반기에 질주를 멈췄다면 이미 한 차례 트레이드를 경험했을 수도 있다. 2003시즌 밤비노의 저주를 깨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보스턴이 김병현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불펜을 강화했던 것처럼 오승환도 한 여름 우승 갈증을 겪고 있는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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