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엄지 척\' 손승락, 1점차 승리 지켰다
2018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롯데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경기 후 엄지를 세워보이고 있다. 2018. 7. 29.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롯데 ‘수호신’ 손승락(36)이 구원투수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 오승환(이상 36·콜로라도), 임창용(42·KIA)에 이어 세 번째로 개인 통산 250세이브를 돌파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고 구원왕 타이틀도 4번이나 차지했다. 손승락에게 마무리투수는 운명과도 같다. 첫 세이브 때 느꼈던 희열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 말하지만 손승락은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이틀 연속 1점차 승리를 지켜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시즌 37세이브(방어율 2.18)로 생애 4번째 구원왕에 올랐던 손승락은 올해 부침을 겪었다. 8일까지 방어율이 4.35(17세이브)로 높은 편이고 6차례 블론세이브도 기록했다. 지난 6월초엔 2군에도 한 차례 다녀왔다. 손승락은 “부진할 때 먼저 감독님을 찾아가 ‘2군에 내려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정신적으로 약해서 내려간 것은 아니다. 전에는 그보다 더한 어려움도 숱하게 겪었다”면서 “9년 동안 쉬지 않고 불펜에 대기하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좀 지쳤다. 아프면 1년을 쉬는 등 긴 공백기를 갖기도 하지만 난 9년 동안 오래 쉰 적이 없다. 좋지 않은 상태로 마운드에 계속 서는 것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자청해서 2군에 갔다. 상동(롯데 2군구장)에서 자연을 보면서 있다보니 회복되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바닥을 쳤던 손승락은 다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6경기에서 2세이브, 방어율 1.42를 기록했고 이달 역시 3연속경기 무실점행진에 3세이브를 추가했다. 주무기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뿐만 아니라 포크볼과 커브까지 구사하고 있다. 손승락은 “요즘 마운드에 서면 재미있다. 상대 타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게 재미있다. 예전에 어떤 공을 던지는지 타자가 뻔히 알고 있더라도 그 공으로 타자를 잡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면 지금은 다른 구종을 섞었을 때 의아해하는 타자 표정을 볼 때가 재미있다. 24~25살 무렵 선발로 던질 때의 느낌”이라면서 “포크볼과 커브는 선발로 등판했을 때 던졌던 구종이다. 한동안 던지지 않다가 다시 던지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변화구 위주로 공을 던지려고 하지 않는다. 투수의 기본은 직구다. 구속이 느린 투수라고 해서 직구 위주로 던지지 않는 게 아니다. 결국은 공끝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구종 추가가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손승락은 “내가 해오던 것을 바꾸고자 한게 아니다. 해오던 것에 무게를 좀 더 얹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 던지는 스타일대로 던지면서 몇 개 더 보탠 것이다. 나이를 먹으며 야구가 늘고 시야가 더 넓어지는 것이다. 자기 것을 다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했을 때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손승락이라는 꽃을 계속 봐서 재미없으니 옆에 또 뭘 붙인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10년 가까이 ‘뒷문지기’로 뛰며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가 된 손승락에게도 첫 세이브 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 때의 짜릿함에 중독됐기에 지금까지 뒷문을 지키고 있다. 손승락은 “250세이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는 첫 세이브를 올렸을 때다. 롯데전이었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올라갔다. 구속은 나왔지만 100% 내 공을 던지진 못했다. 힘든 상황에서 운좋게 세이브를 했는데 ‘힘들다’,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 게 아니라 ‘스릴있는데? 너무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과 맞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단순히 재미만으로는 마무리의 중압감을 이겨내긴 힘들다.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에게 정신적인 부분이 80% 이상 차지한다. 구위를 계속 지키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 그것을 못하면 이 자리에 있기 힘들다”면서 “그래서 (임)창용이 형이나 (오)승환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무리를 시작할때만 해도 전문 마무리로 오래 뛴 선수들이 없었다. 그래서 창용이 형이나 승환이를 보면서 마무리로 뛰었다. 내가 창용이 형(258세이브)이나 승환(277세이브)이보다 세이브를 더 많이 하더라도 그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할 것이다.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항상 우러러봐야할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고 마무리투수로 진화한 손승락은 여전히 자신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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