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박병호, 5회 달아나는 스리런포
‘2018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켈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렸다. 박병호가 5회말 2사1,3루 중월홈런을 날린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국민 스포츠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한국 야구가 연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대회 3연패에 성공했지만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아마추어 선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하지도 못했고 이 와중에 오직 병역 면제를 위한 대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국민영웅이 공분을 사는 위치로 격하되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금메달을 땄으니 됐다”며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국 야구 시스템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정확하게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 실패 순간부터 대두되던 ‘한국야구 위기론’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포토] 도루성공 박해민 \'역전 시켜야 해\'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켈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2018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무사1루 상황에서 1루 대주자 박해민이 이재원 삼진아웃 때 도루를 성공한 후 안도의 한숨의 쉬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경기력이 이를 대변한다. 아마추어 선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고교팀도 프로팀을 이길 수 있는 종목이 야구라는 말로는 팬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대만과 일본의 실업 선수를 상대로 한국은 프로다운 기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고액 연봉이 아니더라도 전문 직업 선수가 가져야 할 차원이 다른 기술도 없었다.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에서 아무런 카타르시스도 선물하지 못했다.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 타석에 변화를 주거나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커버하기 위해 끈질기게 커트하는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의 자존심을 찾아볼 수 없는 경기에 대다수 팬이 조롱과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으로는 한국 야구의 열악한 저변을 재확인하는 대회였다. 실업 선수들만으로도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일본야구의 저변을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은 사회인야구로 불리는 실업팀이 90개 이상이다. 일본 대표팀에 차출된 사회인야구 선수들은 기업팀으로 불리는 이른바 1부 리그 소속 선수들이다. 대학까지 엘리트 야구를 했고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동통신사인 NTT나 철강, 자동차 산업체인 미쓰비시 등 대형 기업은 공장별로 야구팀을 운영한다.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이 재도전하거나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들은 프로 2군과 평가전에서 이길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다. 요미우리 포수로 활약 중인 고바야시 세이지(29)는 일본생명 소속일 때 “드래프트 1순위가 아니면 프로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다 꿈을 이뤘다. 매년 여름 개최하는 ‘전일본 도시대항 야구대회’ 결승전에는 5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구장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포토] 사구에 출루하는 박병호, 사과하는 일본 1루수
‘2018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켈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렸다. 박병호가 9회 상대 투수의 투구에 맞고 1루로 출루하자 1루수 지비키가 사과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승부조작과 도박 파문으로 리그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대만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실업야구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은 야구가 국기(國技)라 아마추어 저변이 넓은 편이다. 프로에서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실업리그 활성화로 활로를 뚫어주고 있는 셈이다.

성인 야구 시장이 확대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소년 야구인구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고사위기에 빠진 대학야구도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교까지 야구를 했던 이들에게 선택지가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저변이 확대된다. 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아마추어 대회에 프로를 차출해야 하는 촌극도 막을 수 있다. 돈 맛에 빠진 프로 선수만으로는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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