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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기성용고양 | 배우근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벤투호’는 두 명의 리더가 이끈다.

그동안 기성용(29·뉴캐슬)이 책임졌던 축구대표팀 주장 완장이 손흥민(26·토트넘)에게 넘어갔다.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는 기성용과 손흥민이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익숙한 조합이지만 팀을 대표하는 주장 완장은 기성용이 아닌 손흥민의 팔에 걸렸다.

기성용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경기 후 기성용은 “감독님께도 내가 얘기했다. 주장 완장은 흥민이에게 가는 게 맞다고 했다. 4년 전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월드컵까지 주장으로서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4년을 내다봤을 땐 흥민이가 하는 게 맞다. 주장은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선수가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성용의 말대로 손흥민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선수다.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로 불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리그 우승을 다투는 토트넘에서 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캡틴을 맡긴다.

손흥민은 이미 아시안게임에서 리더가 될 자질을 보여줬다. 어린 23세 이하 선수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이끌며 금메달 획득에 이바지했다. 솔선수범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게 김학범 감독의 평가였다.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선후배를 아우르는 캡틴이 될 수 있다. 손흥민 스스로도 자신이 리더가 돼야 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더 성숙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장 계보가 기성용에서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그림은 꽤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기성용이 완전히 전면에서 빠진다고 보긴 어렵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선수다. 경기장 안팍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손흥민 이상이다. 코스타리카전만 해도 기성용이 뛴 전반과 뛰지 않은 후반의 경기력 차이가 컸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안정적인 볼 터치, 정확한 패스로 팀을 지탱했다. 경기력 면에서 기성용을 대체할 선수는 없다. 기성용의 리더십도 필요하다. 기성용은 후배들의 버팀목이다. 정신적인 지주 구실을 한다. 현재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한 선수가 바로 기성용이다. 월드컵 3회 출전에 빛나는 풍부한 경험은 기성용만의 장점이다. 태극마크를 처음 단 황인범이 기성용과의 만남을 간절하게 고대했던 것만 봐도 그의 입지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기성용은 월드컵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만류로 은퇴 시점을 아시안컵으로 미뤘다. 당분간은 손흥민이 이끌고 기성용이 받치는 ‘투트랙’ 리더십이 벤투호를 지탱할 전망이다. 두 프리미어리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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