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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국민은행 박지수가 18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 원정경기에서 패스할 동료를 찾고 있다. | WKBL 제공

[부천=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큰 선수가 우직하게 힘만 앞세우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 농구에서 빅맨은 외곽슛에 패스까지 갖춰야 한다. 스피드까지 뛰어나면 금상첨화다. 경기 템포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내외곽에서 두루 활약하는 빅맨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청주 국민은행 박지수(20)가 그렇다. 여자프로농구 국내선수 중 최장신인 그는 높이와 힘에 세밀함까지 더했다. 지난 시즌보다 득점은 다소 줄었지만 어시스트와 블록슛 숫자가 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팀의 빛이 되고 있다. 지난 여름 WNBA(미국 여자프로농구) 경험을 통해 팔방미인으로 진화한 박지수다.

박지수는 18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 원정경기에서 11점 2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두 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시즌 전 MVP가 목표라고 당차게 밝힌 박지수가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발휘하며 목표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국민은행은 88-77(18-23 19-13 32-13 21-28)로 KEB하나은행을 꺾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 후반에 진가를 발휘했다. 전반까지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을 벌였다. 국민은행이 고른 득점으로 KEB하나은행의 수비를 공략했고 KEB하나은행은 의도한대로 빠른 공격을 통해 국민은행의 높이를 흔들었다. 하지만 팽팽했던 경기는 3쿼터에 급격히 국민은행으로 기울었다. KEB하나은행이 1점을 앞선 상태에서 3쿼터를 시작했는데 박지수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면서 단숨에 분위기를 뒤집었다. 외곽에서 연달아 중거리슛을 넣어 상대 외국인 선수 샤이엔 파커를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로 유도했다. 적극적으로 속공에도 참가했고 자신보다 더 확실한 찬스를 잡은 동료에게 주저하지 않고 패스했다. 수비에선 파커의 돌파를 블록슛했다. 그러면서 국민은행은 3쿼터에만 19점을 앞서며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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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국민은행 박지수(오른쪽)가 18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 원정경기에서 블록슛을 하고 있다. | WKBL 제공

이처럼 박지수가 정교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면서 국민은행의 고민거리였던 외곽슛도 살아났다. 이날 국민은행은 심성영, 강아정, 김민정이 꾸준히 3점슛을 터뜨렸다. 경기 전 안덕수 감독이 “이제는 외곽슛이 터질 것”이라는 주문이 박지수의 손끝에서 현실이 됐다. 안 감독은 “지수는 원래 패스가 좋았다. 그런데 미국에 갔다오면서 패스가 더 늘었다. 이번 시즌에는 지수가 더블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정확한 패스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외곽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자 국민은행은 거침없이 달려나가며 완승을 거뒀다. 지난 16일 우리은행과 1위 결정전에서 2점차로 패했지만 이날 대승으로 반등 시작점을 찍은 국민은행이다.

지난 11일 OK저축은행과 경기 이후 다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박지수는 “전반까지는 힘들었다. 지난 경기서 우리은행에 진 게 타격이 컸다. 하지만 후반부터 동료들이 잘 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벌써 두 번이나 트리플더블에 성공한 것을 두고는 “어시스트 2개 남았을 때 언니들이 말해줬다. 사실 언니들이 만들어 준 거다. 어시스트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패스를 잘 해도 슛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마지막 어시스트는 (김)현아 언니가 잘 넣어준 덕분이다.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주위에 공을 돌렸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