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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승우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에서 연속 선발 출전하는 등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베로나의 반등과 더불어 당분간 주전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승우는 10일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2부) 베네벤토와 원정 경기에서 4-3-3 포메이션의 왼쪽 공격수로 나서 후반 42분까지 뛰었다. 이승우는 이날 프리킥 등을 자주 차고 공격 지역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등 컨디션이 상승세임을 증명했다. 특히 후반 3분엔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어 시도한 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아웃돼 시즌 첫 골이 아쉽게 무산됐다. 거꾸로 베로나가 1-0으로 앞선 후반 8분엔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으나 상대 선수가 실축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승우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우승에 공헌했던 파비오 그로소 감독 아래 이번 시즌 주전이 유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시즌 초반 팀의 연승 행진에서 이탈했고 주전 입지도 약해졌다. 이승우는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베로나의 부진이 그에겐 기회가 됐다. 팀이 10월31일 아스콜리전부터 지난 달 12일 브레시아전까지 3경기 1무2패에 그치면서 뒤에서 준비하던 이승우에게 찬스가 온 것이다. 마침 그로소 감독은 베로나 서포터로부터 응원 보이콧 경고까지 당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베로나는 지난 여름 무려 20명을 영입하면서 대폭 물갈이를 진행했는데 그로소 감독이 새 선수들을 지나치게 배려한 것이 화근이었다. 팀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무너지는 현상을 보였다. 자신의 경질 위협을 직감한 그로소 감독은 지난 달 24일 팔레르모전(1-1 무)부터 이승우를 다시 선발 라인업에 올리더니 2주 휴식기가 지난 이번 베네벤토전에서도 그를 인정하고 거의 풀타임을 뛰게 했다. 이승우가 교체아웃될 때 베로나 원정팬들이 박수를 치고 격려하는 등 팀 안팎의 신뢰도 쌓고 있다. 베로나는 이날 후반 6분 프리킥 찬스에서 흘러나온 볼을 원정팀 공격수 라이더 마토스가 차 넣어 1-0으로 이겼다. 6승4무4패(승점 22)를 기록하며 19개 구단 중 종전 9위에서 5위로 점프했다. 세리에B는 상위 두 팀이 자동승격하고 3~8위 6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내년 1부리그 마지막 승격 티켓을 다툰다.
이승우 측 관계자는 “팀 내 연습 경기 때도 이승우가 가장 잘 했고 선수들이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전 여부를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와도 이승우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며 “오랜 유럽 생활로 멘탈이 아주 강한 선수다.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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